몇백만원 끝내 못 구한 '벼랑 끝 벌금 대출자' 53%가 20·30대
'생계형 범죄는 노년층' 통념 깨져…양극화, 청년층부터 시작
[※ 편집자 주 = 모두가 '코스피 8,000'이라는 화려한 축제에 시선이 쏠렸지만, 그 이면에는 당장 수백만원의 벌금을 구할 길이 없는 '청년 장발장'들의 비극이 소리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벼랑 끝에 선 청년들이 생활고와 불법 사금융의 덫에 걸려 전과자로 전락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와 낡은 사법·금융 제도의 구조적 결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연합뉴스는 현대판 장발장의 실태와 참상,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안을 4편의 기획 기사로 조명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양수연 기자 = 벌금 몇백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 전전긍긍하다 시민단체 도움으로 노역 위기를 벗어난 '현대판 장발장'이 청년층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코스피 8,000선 돌파' 같은 화려한 자산시장 호황의 그늘 아래 당장 생계를 유지할 돈이 없어 범죄의 늪으로 내몰리는 젊은 층의 비극이 확산 중이다.
17일 연합뉴스가 인권연대가 운영하는 '장발장은행'의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여간 승인한 벌금 대출 심사 자료 196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53.6%(105명)가 20·30대 청년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34.2%(67명), 20대가 19.4%(38명)였다.
이들이 벌금을 내려고 받은 1인당 평균 대출액은 약 270만원이었다.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40대(31.6%·62명)까지 포함할 경우 20∼40대 비중은 전체의 85.2%에 달한다.
'생계형 범죄는 주로 노년층이 저지른다'는 통념이 무너진 셈이다.
현대판 장발장의 연령대가 청년층으로 옮겨간 것은 범죄 양상의 근본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 빈곤 범죄가 허기를 면하기 위해 빵을 훔치는 등 일차원적 절도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당장 생계가 급한 청년들이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빠져 범죄 조직의 '소모품'으로 이용당한다.
연합뉴스가 확인한 196건의 대출신청서 가운데 60건 이상은 생활비를 구하려다 보이스피싱이나 자금 세탁 조직에 계좌통장 혹은 선불 유심(USIM)을 제공해 처벌받은 사례다.
장발장은행은 2015년부터 벌금형을 받았으나 낼 돈이 없어 노역장에 유치될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무이자·무담보 대출을 제공해 왔다.
이 기간 대출 신청자는 1천237명에 달하지만 전직 경찰청장과 교정본부장 등 전문가 심사를 통과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이 좁은 문턱을 넘은 사회 최하단의 다수가 청년이라는 사실은 양극화의 출발 연령대가 점차 빨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정범구 장발장은행장은 "벌금이 100만∼500만원 정도이니 '상식적으로 이걸 못 내 몸으로 때울까'하고 생각할 수 있다"며 "부모한테 돈 1천만원 받아 주식 투자하는 청년도 있지만, 반대편엔 벌금낼 돈이 없는 장발장 청년 역시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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