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채권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다수 포함된 중소기업 부문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원화 대출 고정이하여신(NPL·3개월 이상 연체) 비율 평균치가 0.42%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0.04%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02%포인트 각각 상승한 수치다. 작년 연말 0.34%와 비교하면 0.08%포인트나 뛰어올랐다.
대출 주체별로 살펴보면 양극화 양상이 뚜렷하다. 중소기업 NPL 비율은 0.63%로 대기업(0.31%)의 두 배를 넘어섰다. 한 달 사이 중소기업은 0.09%포인트 급등한 반면, 대기업은 오히려 0.04%포인트 하락하며 상반된 흐름을 나타냈다. 가계 부문은 0.26%로 0.02%포인트 올랐고, 기업 전체로는 0.54%를 기록해 0.06%포인트 상승했다.
개별 금융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 은행에서는 중소기업 NPL 비율이 단 한 달 만에 0.49%에서 0.66%로 0.17%포인트 폭등했다. 특정 중소업체의 대규모 연체가 발생한 탓이라고 해당 은행은 밝혔다. 또 다른 은행의 기업 전체 NPL 비율은 0.50%까지 치솟아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11월 이후 5년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경영난에 빠진 중소업체 한 곳의 수백억원대 여신이 부실 처리되면서 전체 지표를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가계 부문에서도 일부 은행의 NPL 비율이 0.39%에 도달해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연체율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5대 은행의 4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평균은 0.44%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0.65%로 대기업(0.08%)의 8배에 달했다. 중소기업이 한 달 새 0.07%포인트 오르는 동안 대기업은 0.03%포인트 내려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무거워지면서 부실채권 규모가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금융기관에서 동시에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확산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반면 반도체 수출 호황의 수혜를 입은 대기업들은 은행 예금에 단기 여유 자금을 쌓아두며 사상 최대 현금 보유고를 기록 중이다.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대출 비용이 더 오르면 이른바 'K자형 성장'으로 불리는 기업 간 양극화가 한층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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