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서 웹툰사업본부 본부장 / 웹 콘텐츠 전문 에이전시 작가컴퍼니 JC미디어 웹툰사업본부장. 〈중증외상센터 : 외과의사 백강혁〉 〈첫정〉 〈나만의 고막남친〉 〈천마는 평범하게 살 수 없다〉 〈슈퍼스타 천대리〉 등을 제작했다.
스스로 웹툰 PD를 ‘IP를 만드는 프로듀서’라고 표현한 적 있다. 맡고 있는 직무를 소개하자면
웹툰이라는 IP를 기준으로 보면, 기획부터 제작, 연재, 그리고 그 이후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함께 보는 역할이다.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그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 독자에게 닿고, 또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는 일이다.
웹 콘텐츠 에이전시인 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가 들어오는 환경일 텐데, 스스로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유지하나
오히려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된다. 한 번쯤 멈춰 서서, 예전에 좋아했던 작품들을 다시 펼쳐본다. 왜 좋았는지, 어디에서 감정이 움직였는지를 다시 짚다 보면 흐릿해졌던 선정 기준이 또렷해진다.
웹툰 PD를 ‘아이돌을 만드는 프로듀서’에 비유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IP란 어떤 상태의 ‘원석’을 정의할까
다양하다. 이미 빛나고 있는 작품도 있고, 아직은 조용히 가능성만 품고 있는 작품도 있다. 둘 다 좋은 원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바라보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이미 빛을 내고 있다면 그 매력을 더 멀리 보내는 쪽에 집중하고,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 빛이 보이도록 시간을 들인다.
‘이 웹툰은 잘 된다’고 판단하는 단서 같은 게 있는지
설명이 아니라 설득이 되는 순간이 있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걸 넘어서, 어느새 그 인물의 감정에 따라가고 있을 때. 캐릭터의 욕망이 분명하고, 그 욕망이 다음 장면을 자연스럽게 끌고 갈 때, 그 흐름 안에 독자도 함께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인기작의 프리퀄 〈중증외상센터 : 외과의사 백강혁〉의 연재를 담당했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이후와 프리퀄을 거치며, ‘백강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프리퀄부터 시리즈를 만났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초기의 백강혁은 기능적으로 완성된 캐릭터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연기와 연출이 더해지면서 감정의 결이 보강됐고, 훨씬 더 사람다운 밀도로 다가왔다. 그가 짊어진 무게와 사명감도 한층 선명하게 느껴졌고. 반면 내가 담당한 프리퀄에서는 더 날것에 가까운 백강혁을 볼 수 있다. 거칠고 인간적인 선택들이 드러나면서, 지금의 백강혁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 또한 웹 소설에서 출발했다고 들었다. 웹 소설의 웹툰화를 결정할 때 어떤 식으로 장면이 떠오르나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컷 단위로 이어지는 흐름이 떠오른다. 특정 장면이 자연스럽게 분해되면서 웹툰처럼 연결되는 느낌이 들 때, 이건 매체에 잘 맞는 이야기라고 판단한다. 특히 감정이 살아 있는 포인트나 임팩트 있는 장면이 구체적인 컷으로 그려질 때 확신이 생긴다.
웹툰은 주간 연재라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리듬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있을까
두 가지다. 하나는 한 화 안에서 독자가 감정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완결감이 있는지. 단순히 끊기는 게 아니라, 하나를 봤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엔딩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다. 억지로 끊는 게 아니라, 서사와 감정의 흐름 안에서 이어져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질 때 리듬이 살아난다.
요즘 독자들이 강하게 반응하는 ‘이세계’ ‘빙의’ ‘회귀’ 같은 서사는 어떻게 보나
일시적인 유행이라기보다는 더 깊은 감정에서 나온 흐름이라고 본다. 현실은 쉽게 답답해지고, 그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해답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지점에서 콘텐츠는 일종의 해소 역할을 한다. 이세계나 회귀 같은 설정은 그 답답함을 빠르게 풀어주는 장치이기 때문에 강한 반응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순간은 언제인가
당연히 재미있는 원고를 만났을 때다. 특히 내가 재미있다고 느낀 작품이 독자 반응으로 이어질 때 만족감이 크다. 개인적인 감각과 시장의 반응이 맞닿는 순간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지금 웹툰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 세계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린 시절 만화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 기쁘고 슬픈 순간을 함께 겪으면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익혔다. 그 기억이 이 일을 시작하게 만든 이유였다. 그래서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께도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처음 이 일을 좋아하게 만들었던 마음을 오래 가져갔으면 한다. 그 마음이 결국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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