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팝콘] “데이트 한 번에 10만원”…고물가가 바꾼 2030 연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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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팝콘] “데이트 한 번에 10만원”…고물가가 바꾼 2030 연애 풍경

투데이신문 2026-05-16 19:20: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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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이미지 출처 =Chat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이미지 출처 =ChatGPT]

【투데이신문 김재현·송수원 인턴기자】 “사랑은 수동적인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인 활동이다.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책 <사랑의 기술> 에서 사랑을 하나의 감정이나 순간의 설렘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연인과 밥을 먹고 카페에 가고 영화를 보는 평범한 데이트 역시 그런 실천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이 모든 과정에는 자연스럽게 비용이 따른다.

문제는 이제 그 비용이 더 이상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고물가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와 함께 “얼마까지 부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데이트 비용 부담은 장소와 횟수, 선호하는 데이트 방식은 물론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엔라이즈가 운영하는 소셜 디스커버리 서비스 위피(WIPPY)는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2030 남녀 회원 1485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비용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2030 세대 10명 중 7명은 최근 1~2년 사이 데이트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특히 ‘많이 늘었다’는 응답은 남성 47.1%, 여성 50.5%로 절반 수준에 달했다.

실제 데이트 비용과 심리적 적정선 사이의 차이도 뚜렷했다. 현재 1회 데이트 비용으로 가장 많이 선택된 구간은 남녀 모두 ‘5만~10만원’이었다. 남성 52.5%, 여성 52.7%가 해당 금액대를 선택했다. 반면 ‘부담 없는 데이트 비용’을 묻는 질문에는 남성 42%, 여성 39.1%가 ‘3만~5만원’을 선택해 실제 지출과 체감 적정선 사이에 약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1만~3만원’을 선택한 비율이 26.6%로 남성(8.8%)보다 훨씬 높았다.

2030 남녀의 1회 데이트 비용은 ‘5~10만원’ 구간에 집중됐다. 남성 52.5%, 여성 52.7%로 남녀 모두 절반 이상이 해당 구간을 선택했다. ‘10만~15만원’ 구간은 남성 22.9%, 여성 12.5%로 나타나 남성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고비용 데이트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저비용 데이트 비중은 여성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1만~3만원’ 구간은 남성 1.2%, 여성 6%, ‘3만~5만원’ 구간은 남성 16.4%, 여성 23.4%로 집계됐다.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심리적 적정선’은 실제 소비 수준보다 확연히 낮았다. 실제 데이트 비용은 남녀 모두 ‘5만~10만원’ 구간에 가장 많이 몰렸지만, 가장 부담 없다고 느끼는 금액대는 남성 42%, 여성 39.1%가 선택한 ‘3만~5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1만~3만원’을 부담 없는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이 26.6%로 남성(8.8%)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반면 남성은 ‘5만~10만원’을 부담 없는 수준으로 본 비율이 38.4%로 여성(27.2%)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여성일수록 상대적으로 저비용 데이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남성은 비교적 높은 비용 수준까지 감내 가능한 범위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가장 먼저 변화한 것은 데이트의 ‘장소’였다. 데이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제로 했거나 하고 있는 행동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남성 37.7%, 여성 38.6%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렸다’고 답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외부 소비 중심이던 데이트 문화가 실내·생활형 데이트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여성은 무료·저가 활동 비율을 늘리거나 데이트 횟수를 줄였다는 응답도 상대적으로 높아 소비를 조정하며 관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데이트 횟수를 줄였다’는 응답은 여성 25%, 남성 21.8%였으며, ‘무료·저가 활동 비율을 늘렸다’는 응답 역시 여성 20.1%, 남성 13.2%로 여성 비율이 더 높았다. 할인·쿠폰·기프티콘 등을 활용한다는 응답도 여성(14.1%)이 남성(11.7%)보다 높게 나타났다.

경제적 부담이 관계 지속성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확인됐다. ‘비용 부담으로 연인과 헤어졌다’는 응답은 여성 17.9%, 남성 8.6%로 여성이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는 데이트 비용 부담이 단순한 소비 조정 차원을 넘어 실제 연애 관계의 유지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물가 시대에도 ‘맛집·카페 데이트’는 여전히 가장 선호되는 기본 데이트 방식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장 선호하는 데이트 유형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남성 54.9%, 여성 72.8%가 ‘카페나 맛집 가기’를 선택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다만 성별에 따른 선호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성은 ‘집에서 데이트하기’를 선택한 비율이 45.4%로 여성(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비용 효율성과 편안함을 동시에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반면 여성은 ‘영화·전시·팝업스토어 등 문화생활’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45.1%로 남성(29.3%)보다 크게 높았다. 단순 소비 중심의 데이트보다 경험과 분위기 요소가 포함된 활동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드러난 셈이다. 이밖에 산책·등산·러닝 등 야외 활동은 남성 14.6%, 여성 16.9%로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그럼에도 데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용’이 아니었다. 데이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남성 59.5%, 여성 64.7%가 ‘의미 있는 경험(특별한 추억·만족감)’을 선택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가격 부담이 적은 저가 데이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응답은 남성 10.2%, 여성 12.5%에 그쳤다. 이는 2030 세대가 제한된 예산 안에서도 ‘기억에 남는 경험’을 우선시하는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데이트 비용 분담 방식에서는 남녀 모두 ‘유동적인 분담’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남성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눈다’는 응답이 40%로 가장 높았으며, 여성 역시 같은 항목에 31.5%가 응답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여성은 ‘장소마다 번갈아 가면서 낸다’를 가장 선호했다. 해당 응답은 여성 40.8%, 남성 32.1%로 집계됐으며, 남성에게도 두 번째로 높은 응답 비율이었다. 

반면 ‘전체 금액을 정확히 절반씩 나눈다’는 응답은 남성 11.2%, 여성 5.4%에 그쳤다. ‘데이트 통장(모임통장)을 사용한다’는 응답은 남성 8.6%, 여성 7.6%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며, ‘한 사람이 주로 부담한다’는 응답은 여성 14.1%, 남성 7.9%로 여성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2030 세대는 비용을 기계적으로 나누기보다 관계 안에서 서로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유연하게 부담을 조정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트 비용 때문에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28.4%, 여성 36.4%로 나타났다. 갈등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한쪽이 계속 더 많이 부담하게 될 때’가 꼽혔다. 해당 항목은 남성 62.1%, 여성 58.2%로 남녀 모두 과반을 넘겼다. 이어 ‘기대했던 데이트 비용 수준이 서로 다를 때’가 남성 17.6%, 여성 19.4%로 두 번째를 차지했고, ‘누가 더 많이 낼지 정하는 과정에서’ 역시 남성 12.2%, 여성 16.4%로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응답 비율이 높았던 항목들은 모두 ‘누가 얼마나 부담했는가’, ‘서로 기대한 소비 수준이 맞는가’처럼 관계 안에서의 상대적 공정성과 연결돼 있었다. 결국 2030 세대에게 데이트 비용 문제의 핵심은 얼마를 쓰느냐보다 “상대와 얼마나 공평하게 부담하고 있다고 느끼는가”에 가까운 셈이다.

연애를 포기하게 된 상황에 대해서는 ‘데이트 비용이 지속적으로 부담돼서’가 남성 56.5% 여성 59.2%로 동일하게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다음으로는 ‘연애를 유지할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남성 43% 여성 46.5%로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여성의 경우 ‘데이트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만남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서’라는 응답이 45.1%로, 남성 29.7%에 비해 스트레스로 인한 이별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애를 지속하는 연인들에게도 데이트 비용은 부담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용 부담이 연애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남성 75.8%, 여성 77.7%가 ‘그렇다(매우 그렇다+어느 정도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비용 부담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아니다+매우 아니다)’는 답변은 남성 14.9%, 여성 10.9%에 그쳤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데이트 비용으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연애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애정에서 찾을 수 있었다. 비용 부담에도 연애를 지속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성 59.3% 여성 51.3%가 ‘상대가 좋아서’라고 답했다. 이어서 ‘비용보다 감정/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라는 선택지가 남성 46.8% 여성 49.3%의 응답을 얻었다. 과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연인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연애를 지속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이다.  

데이트 비용에 대한 청년들의 이야기ⓒ투데이신문
데이트 비용에 대한 청년들의 이야기ⓒ투데이신문

실제 청년들의 이야기에서도 설문조사 결과와 유사한 흐름이 확인됐다. 청년들은 데이트 비용 자체를 부담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단순히 연애를 포기하기보다는 소비를 조정하거나 지출 방식을 바꾸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강민정(22·가명·여)은 “데이트 비용 자체가 아주 큰 부담은 아니지만 여행처럼 숙박비·교통비가 들어가는 큰 지출은 부담된다”며 “학생 신분이라 한정된 금액 안에서 소비하려고 신경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윤여름(25·가명·남) 역시 “한 번 만나면 기본적으로 5만원 정도는 쓰게 된다”며 “영화나 전시까지 보게 되면 비용이 더 커져 다양한 활동을 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 속에서도 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더 많이 부담하려는 모습도 나타났다. 박혁진(26·가명·남)은 “맛집이나 카페 비용이 가장 많이 든다”며 “번갈아 계산하긴 하지만 내가 60% 정도 더 부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오른 것이 체감된다”며 “전체적으로 데이트 비용이 1~2만원 정도만 줄어도 부담이 덜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임나은(22·가명·여)은 “수입 안에서 미리 지출 계획을 세워 소비하기 때문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데이트 비용에 대한 청년들의 이야기ⓒ투데이신문
데이트 비용에 대한 청년들의 이야기ⓒ투데이신문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식 역시 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실제 청년들은 ‘데이트 통장’을 활용하거나 집·산책 중심의 저비용 데이트를 늘리는 방식으로 소비를 조정하고 있었다.

윤씨는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면 계획적으로 지출할 수 있고 충동 소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씨 역시 “정해진 금액 안에서 소비하게 돼 도움이 된다”며 “데이트 전에 식사를 하고 만나거나 카페 대신 산책을 하는 식으로 비용을 줄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가성비 좋은 카페를 가거나 한 곳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인다”며 “생활비를 계획할 때 데이트 비용까지 미리 포함해 관리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씨는 “데이트 비용 자체를 줄이기보다는 혼자 있을 때 생활비를 줄이는 편”이라며 “배달 대신 직접 요리해 식비를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실제 청년들 역시 단순히 ‘돈이 들어서 연애를 포기한다’기보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소비 방식을 조정하며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만 반복되는 비용 부담과 고물가 현실 속에서 데이트가 점점 더 ‘계획과 조율이 필요한 소비’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정훈 위피 마케팅팀 리드는 “최근 2030 세대의 연애는 무조건 비용을 줄이기보다 부담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계를 오래 이어갈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고물가 시대에도 관계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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