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의 마지막 선택은 프로축구 K리그1(1부) 강원FC 수비수 이기혁이었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등 주축 선수들이 예상대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A매치 출전 경험이 1경기에 불과한 이기혁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 명단에 승선하며 홍명보호의 깜짝 카드로 떠올랐다.
홍명보 감독은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웨스트 빌딩 온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최종 명단 26명을 발표했다. 2024년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3차 예선,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평가전 등 총 21경기를 통해 선수들을 점검했고, 그 과정을 거쳐 본선 무대에 나설 선수단을 확정했다.
대표팀의 핵심 자원들은 큰 이변 없이 명단에 포함됐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 황희찬, 설영우, 김승규 등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들이 최종 명단에 승선했다. 본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홍명보 감독은 기존 주축을 중심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선택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이기혁이다. 그는 대표팀 경력이 많지 않은 선수다. A매치 출전 기록은 2022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홍콩전 1경기가 전부다. 홍명보 감독 부임 후에도 2024년 11월 한 차례 호출됐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이후 대표팀과 거리가 멀어지는 듯했으나, 소속팀 강원에서 센터백 전환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마지막 경쟁을 뚫었다. 현재 경기력과 전술적 활용도가 월드컵 최종 명단 승선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이기혁은 원래 미드필더로 오랜 기간 뛰며 패스 능력과 탈압박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센터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강점을 발휘했고, 수비력도 안정감을 더했다. 올 시즌에는 정경호 강원 감독 체제에서 줄곧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며 강원 수비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 활약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이기혁은 올 시즌 K리그1 13경기를 소화하며 정경호 감독이 정립한 유기적인 빌드업, 강한 압박, 높은 에너지 레벨의 중심에 섰다. 특히 네 차례 라운드 베스트 11에 선정되며 강원을 넘어 K리그1에서도 손꼽히는 왼발 센터백으로 평가받았다.
대표팀 후방 구성에는 변수도 있었다. 지난 3월 오스트리아와의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김주성이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중앙수비수진에 변화 가능성이 생겼다. 김주성이 소속팀 복귀 후에도 경기 출전이 제한되면서 실전 감각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홍명보 감독은 대체 자원과 전술적 활용 폭을 함께 고려했다. 이 과정에서 이기혁이 막판 경쟁을 뚫고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
홍명보 감독은 이기혁의 발탁 배경으로 멀티 능력을 꼽았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 선발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멀티 능력”이라며 “이기혁은 중앙 수비수도 할 수 있고,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도 가능하다. 강원 전체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최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핵심 선수가 이기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기혁의 발탁은 강원에도 의미가 크다. 2008년 창단한 강원이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선수를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근호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소집 직전 무릎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기혁의 승선은 구단 역사에도 새로운 이정표로 남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최종 명단 발표 전부터 “5월 폼이 좋은 선수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기혁의 승선은 이 기준이 실제 선발 과정에 반영된 사례다. 이름값보다 현재 경기력과 활용도를 중시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홍명보호의 본선 구상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남긴다.
이기혁은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 왼쪽 풀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월드컵처럼 짧은 기간 여러 변수를 마주해야 하는 대회에서 멀티 포지션 능력은 선수단 운용의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홍명보호는 주축 선수들의 경험에 이기혁과 같은 유연한 카드를 더해 북중미 월드컵 본선 체제에 돌입한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