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론적 처벌’에 응급실 전공의들 비명···김택우 승소에도 현장 불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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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론적 처벌’에 응급실 전공의들 비명···김택우 승소에도 현장 불안 여전

이뉴스투데이 2026-05-16 17:15: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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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현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응급의료 현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응급의료 현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법원이 음주 상태의 뇌경색 환자를 진료한 전공의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데 이어, 응급환자 이송체계 시범사업에 참여한 전공의들까지 의료사고 법적 부담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의정 갈등 당시 집단행동을 지지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도 항소심에서 취소되면서, 의료현장과 정부·사법부 간 갈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사법의학의 폭력 아래 응급의료 현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번 판결은 응급의료 붕괴를 더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전지법은 2018년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음주 상태의 뇌경색 환자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혐의로 기소된 응급의학과 전공의 2명에게 각각 금고 10개월·8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환자는 복통과 구토, 의식장애 등을 보였지만 신경학적 검사 없이 CT 검사만 진행된 뒤 귀가했고, 이후 뇌경색 악화로 영구 장애가 발생했다.

의료계는 응급실 특성상 제한된 시간과 정보 속에서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한 결과론적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응급실은 모든 질환을 완벽하게 확진하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훗날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현장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 전공의들도 응급의료 과정에서 법적 책임 부담이 가장 큰 문제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는 시범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꼽았다.

정부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전남·전북 지역에서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중심의 환자 이송체계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상황실이 환자 이송 병원을 지정하고 실시간 의료자원 플랫폼을 통해 수용 병원을 결정하는 구조다. 그러나 현장 의료진들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71%가 사업 운영 만족도에 10점 만점 기준 3점 이하를 부여했고, 32%는 최하점인 1점을 줬다.

전공의들은 광역상황실이 실제 병원의 중환자실·수술실·배후진료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환자를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의 한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는 “걸어서 오는 경증 환자만으로도 응급실이 포화 상태인데 대책 없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며 “막상 환자를 받아도 배후진료는 안 되고 수습은 현장 몫이 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의료계는 결국 형사책임 구조가 유지되는 한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붕괴를 막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번 판결이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의료사고특례법 논의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의료진에게 실질적인 형사 면책과 사법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도 자체가 현장에서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가운데 의정 갈등 과정에서 집단행동을 지지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자격정지 처분도 항소심에서 취소됐다. 서울고법 행정3부는 최근 김 회장이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복지부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 집단행동 과정에서 김 회장이 총파업을 제안했다는 이유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총파업 제안 발언만으로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복지부 처분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형사처벌과 법적 책임 논란까지 겹치며 현장 이탈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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