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초등학생의 ‘실족사’를 예상할 수 없었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누구도 초등학생의 ‘실족사’를 예상할 수 없었다

평범한미디어 2026-05-16 17:12:08 신고

3줄요약

[박성준의 오목렌즈] 119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비극적인 ‘죽음’이란 게 있다. 사후적으로 봤을 때 부모가 아들을 혼자 산행하지 않게 했다면? 어떻게든 집에서부터 폰을 가져가도록 했다면? 이런 ‘만약에’ 화법으로 부모의 부주의를 탓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고 부모조차 그런 ‘실족사’가 벌어질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이거는 뭐라고 얘기를 꺼내야 될지 솔직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본인이 원해서 갔던 산행이고 그 길에서 실족사를 당한 것 같은데 사실 등산 과정에서의 실족사 만큼 황망하고 자주 일어나는 일이 없다. 저희가 이제 기본 전제로 해야 될 것은 부모를 비난하지 말자는 부분이다.

 

이번 오목렌즈 대담(14일 15시)에서는 주왕산 초등학생 실족사를 조명해봤다.

 

주왕산 주봉 표지판. <사진=MBC 캡처>

 

대구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A군(2014년생)은 지난 10일 부모와 함께 가족 단위 관광 및 산행을 목적으로 주왕산 국립공원(경북 청송군) 안에 있는 사찰 ‘대전사’를 방문했다고 한다. 오전에 도착했는데 그 직후 A군이 부모에게 잠깐 산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홀로 길을 나섰다. 그때가 정오 즈음이었는데 사실 작년에도 똑같은 등산 코스(주봉 방향)를 다녀온 적이 있는 만큼 부모는 A군의 홀로 산행을 허락했다. A군은 애초에 집에 폰을 두고 왔기 때문에 폰 없이 홀로 산행을 떠나게 됐다. 1~2시간이 지나도 A군이 돌아오지 않자 부모와 몇몇 어른들은 주변을 자체 수색했고 전혀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자 119에 실종 신고(18시 즈음)를 했다. 이에 따라 구조당국(경찰/소방/국립공원공단) 인력 수십명이 열화상 드론, 구조견, 헬기 등을 동원해서 집중 수색을 벌였으나 실종 당일 어두워질 때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폰을 소지하지 않고 생수 1병만 들고 홀로 가볍게 산행을 떠났던 만큼 위치 추적이 불가능했고 이 점이 너무나 뼈아팠다. 결국 A군은 이틀이 지난 12일 오전 10시쯤 주봉 정상 400미터 아래 용연 폭포 방향 능선 계곡에서 사망한채로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시신 확인 결과에 따르면 ‘추락에 의한 골절 및 손상’ 즉 실족사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센터장은 “아마도 가족 산행 경험이 충분했고 A군 스스로도 등산을 좋아하는 친구인 것 같다”며 “초등학교 6학년이면 중고등학생에 가까울 정도로 신체능력도 좋고 판단 능력도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등산을 안 좋아하고 운동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친구였다면 산행을 자발적으로 갔다오겠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사찰에 도착해서 바로 출발했으니 가볍게 산책 같은 느낌으로 간 것으로 생각이 된다. 부모도 이런 저런 정황을 알고 있으니 별말 없이 보내줬다. 폰도 없이 보냈다고 해서 욕을 하던 사람들이 있던데 안 쥐어준 게 아니라 집에서부터 그냥 핸드폰을 안 가져갔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부모의 책임이 아니다.

 

이게 사후에 왜 그랬냐라는 것은, 왜 그렇게 혼자 보냈냐라고 비난하기는 되게 쉬운 일인데 사실은 지금 이 상황을 면밀하게 따져보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기가 참 힘들다. 모든 사건사고들은 지나고나서 과거를 되돌아보면 다 아쉬움이 남고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수가 없다. 불가항력이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무안 참사와 같은 구조적 병폐가 개입된 유형도 아니고 살인사건과 같이 나쁜놈이 저지른 범죄도 아니다.

 

지금 네티즌들의 댓글들은 다 사후의 이야기고 그 당시 상황에서는 이미 과거에도 갔다 왔던 상황에서 가볍게 산책을 다녀온다는데 부모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걸 막는다? 말이 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충분히 경험이 있고 할 수 있다고 판단을 했고 늦은 시간도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그래서 말씀드리는 게 등산객 사망 사고 중 가장 흔한 게 실족사다. 물론 산행의 안전 가이드라인이 있겠지만 모든 자동차 운전이 교통사고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모든 산행은 실족의 위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탓하는 문제로 갈 수는 없다.

 

결국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객이 숙지해야 하는 대표적인 안전 가이드라인이 있다. 홀로 산행과 음주 산행은 당연히 하며 안 된다. 특히 지정 등산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가파른 비탈길이 나오거나 낭떠러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①등산 전 몸상태 점검

②지정된 등산로가 아닌 경로로 가지 않기

③낙엽, 이끼, 돌 등을 밟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하기

④절벽이나 협곡을 지나갈 때 낙석에 유의하기

⑤산의 조건에 따라 등산화와 아이젠 착용하기

⑥겨울 산행은 보온 방안 강구하기

⑦홀로 산행을 하지 않고 최소 2명 이상 동행하기

⑧산악위치표지판과 국가지정번호 확인하기

 

다만 박 센터장은 일반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예기치 않은 상황들이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일반적인 등산로를 중심으로 움직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좀 어두워졌다거나 아니면 이미 등산로를 잘못 들어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얘기를 적어놓은 경우는 많이 없다. 그리고 적어놓은 매뉴얼들을 보면 뭐를 보고 연락을 해라고 하는데 지금처럼 연락 수단을 안 가지고 올라가는 경우에는 답이 없다.

 

무엇보다 홀로 산행은 정말로 금물이다. 잊지 말자.

 

혼자 등산하게 되면 되게 위험하다. 혼자 등산하는 것이 왜 위험하냐면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신 구조를 요청하고 연락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폰을 소지했더라도 실족이나 낙석에 따라 잠시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나 스스로 연락을 못하는 상황에 얼마든지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 꼭 동반을 했으면 좋겠고, 동반하는 사람들 중에는 해당 코스나 해당 산을 꽤 자주 오르내리셨던 인물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렇다.

Copyright ⓒ 평범한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