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장을 마치고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위기로 치닫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나섰다. 최근 사장단의 사과와 정부의 중재에도 노사 대치가 이어지며 총파업 우려가 커지자, 해외 출장 일정까지 조정하고 급거 귀국해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 간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는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고객 신뢰가 걸린 중대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총수까지 전면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직접 등판이 장기화된 노사 갈등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특히 이 회장은 "항상 삼성을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또 채찍질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총수로서 책임을 직접 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조와 임직원을 향해서는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고 덧붙였다.
정부를 향한 감사 메시지도 내놨다. 이 회장은 "저희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주고 계시는 정부와 관계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고객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올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해외 출장 중 일부 일정을 조정해 귀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가 점차 임박해가고 있지만 노사간 얽혀있는 실타래를 좀처럼 풀지 못하자 총수인 이 회장이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서기 위해 귀국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시점은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다. 파업까지 닷새만을 남겨둔 위급한 상황인 만큼 해외 일정까지 조정하며 위기를 막고자 한 것이라는 풀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노조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직간접 손실을 합쳐 약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산업은 24시간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 초정밀 공정의 특성상, 노조가 예고한 18일의 파업 기간을 넘어 사전 예비작업과 사후 안정화 작업까지 한 달 이상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구조라는 점에서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보상 방식이다. 노조에서는 성과급을 투명화하고 상한 폐지를 제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를 명문화하자는 얘기다. 반면 사측에서는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해 보다 유연한 제도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노사 간 거듭된 대화에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정부에서도 나섰다.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앞서 지난 11~12일 양일간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했다. 특히 2차 조정회의는 12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오전 2시 50분까지 17시간 가량 마라톤 협의를 했음에도 입장차만 확인한채 결렬됐다. 이후 중노위에서는 중단된 사후조정을 이날 재개하자고 노조와 사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사측 역시 대화를 위해 노조 측에 손을 내밀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을 비롯해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총괄 사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등 DS부문 사장단은 지난 15일 오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다.
전 부회장은 당시 "노조와 열린 자세로 대화하겠다"고 밝히며 교섭을 이어가자는 뜻을 전달했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이에 "직원들이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성과급 투명화, 상한 폐지 제도화 안건이 있어야 한다"고 조건부 대화를 내걸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직접 중재에 나선 상황이다. 김 장관은 이날 삼성전자 경영진과 면담을 갖고 전날 노조 측과 논의한 내용과 정부 입장을 전달하며 대화 재개와 문제 해결 노력을 당부했다. 앞서 노조는 김 장관과의 면담에서 교섭 재개 조건으로 대표교섭위원 교체와 회사 측의 실질적인 입장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물론 이 회장까지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서자 노조측과의 대화도 물살을 탄 분위기다. 노조는 그간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제도화 등을 교섭 재개 조건으로 내세워왔지만, 이날 오후 4시30분께 사측과 미팅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50분께 기자들에게 "30분뒤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회장님의 사과 내용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신뢰회복의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는 18일 중노위 조정 절차도 재개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시간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오전 10시경으로 예상된다"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조정에 참관하신다고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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