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측과 노조 간 갈등이 반도체 사업부 내부 분열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사장단까지 직접 나서 사과와 대화 메시지를 내놓으며 사태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최근 각 부서장에게 메일을 보내 “쟁의행위와 관련해 부서원 간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삼성전자는 “쟁의행위 참여 여부는 직원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참여 여부를 둘러싼 압박이나 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부서원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노동조합법 제38조 1항의 ‘폭행·협박을 통한 쟁의행위 강요 금지’ 조항도 함께 인용했다.
또 △의사에 반하는 반복적인 파업 참여 요구 △원치 않는 참여 여부 확인 및 공개 △타인의 근태 무단 조회 등으로 부담을 느끼는 직원이 있을 경우 즉시 회사나 ‘조직문화 SOS’를 통해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부서장들은 사내 공지를 통해 “상호 존중의 조직 문화가 유지되길 바란다”, “쟁의행위 관련 의견 차이로 팀원 간 상처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총파업을 앞두고 심화하는 사내 갈등과 조직 분열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607%·파운드리 50%···성과급 격차에 내부 균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성과급 지급 격차를 둘러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날 임금협상 회의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DS부문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에게 연봉의 607% 수준 성과급을 제시했지만, 적자를 기록 중인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에는 50~100% 수준 성과급을 제안했다.
메모리 사업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대규모 수익을 냈지만, 비메모리 사업은 수조원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은 회의록에서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는 수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며 “우리 회사가 아니었다면 이미 문을 닫았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성과급 지급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겠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조 측은, 이 같은 성과급 격차가 삼성전자의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전략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회의록에서 “메모리 사업부는 성과급 5억원을 받는데 파운드리 사업부는 8000만원만 받는다면 직원들이 계속 일할 동기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갈등은 DS와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간 대립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가전·스마트폰·TV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반도체 성과급 문제에만 집중하고 DX 부문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 DX 부문 조합원 수천 명이 초기업노조를 탈퇴하고 있으며, 일부는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S 조합원들이 사내 메신저 프로필에 ‘파업’ 문구를 넣고 있는데 반발해, DX 직원들 사이에서는 ‘DS 파업반대’ 문구를 프로필에 달자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까지 등판···“우리는 한몸, 한 방향 가야”
삼성전자 경영진은 총파업 장기화가 조직 안정성과 글로벌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연일 대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전날에는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등 사장단 18명이 공개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은 이재용 회장까지 직접 사과에 나섰다.
이 회장은 해외 출장 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삼성을 응원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를 향해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구성원 여러분 우리는 한 몸이고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모두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고 당부했다.
노조는 성과급(OPI) 투명화·제도화와 상한 폐지 요구에 대해 사측 입장 변화가 없다며 총파업 강행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과 조직 분열, 핵심 인력 이탈 가능성까지 겹치며 삼성전자 경쟁력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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