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공유하는 좀비들…미드나이트 스크리닝으로 토요일 새벽 공개
전지현·구교환·지창욱·신현빈 레드카펫…박찬욱 감독이 직접 맞이
(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연상호 감독의 새 좀비 영화 '군체'가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며 토요일 새벽을 강렬하게 물들였다.
16일(현지시간) 제7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군체'는 이날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2천300석 규모의 대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은 '군체'의 주연 배우 전지현과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이 연상호 감독과 나란히 등장할 때부터 박수와 함성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박찬욱 감독은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과 함께 레드카펫에서 '군체' 팀을 직접 맞이했다.
상영이 시작된 직후 객석은 마치 축제 분위기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관객들은 객석 여기저기에서 흥분에 찬 함성과 박수 소리로 '군체'를 반겼다.
'군체'는 '부산행'(2016)과 '반도'(2020)를 잇는 연 감독의 세 번째 좀비 영화다.
도심의 대형 쇼핑몰 건물에 집단 감염사태가 벌어지고,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 분)과 건물 보안요원 현석(지창욱), 현석의 누나 현희(김신록) 등 생존자들은 백신을 구하고 탈출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벌인다.
이야기의 틀은 기존 재난영화와 다르지 않지만, 좀비들이 서로 지성을 공유하며 빠르게 진화한다는 점, 또 좀비 사태를 촉발한 이가 좀비들을 이끄는 한 인간이라는 점 등은 전혀 다른 신선함을 준다.
인간의 좀비화가 집단 지성을 가진 인간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고 믿는 생물학 박사 서영철(구교환)은 좀비를 이끄는 인간이라는 독특한 빌런 역할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서영철은 물고 뜯기는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 혼자 게임을 즐기듯 가뿐하게 쇼핑몰을 누비며 좀비들을 지휘한다.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한 몸처럼 움직이는 좀비들이 마치 업데이트하듯 지성을 공유하는 모습도 공포감을 더한다. 좀비들이 동시에 입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는 '업데이트' 장면이 나오면 관객들은 숨을 멈추고 다음엔 뭐가 나올지를 궁금해하게 된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머뭇거리는 구조대나, 생존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위기를 선사하는 일진 여학생 등은 짜증스러우면서도 익숙한 긴장감을 준다.
영화는 '인간의 모든 비극은 소통의 불완전함에서 온다'는 서영철의 잘못된 믿음을 통해 인간의 개별성이 곧 인간성이라는 메시지도 던진다.
생각을 전부 공유하는 좀비 집단과 서영철의 관계는 몇 마디 안 되는 말로 금방 교감에 이르는 두 교수 권세정과 설희(신현빈)의 관계와 크게 대조된다.
영화는 122분간의 상영이 끝나고 새벽 2시 53분 종료됐다. 관객들은 마지막 장면 직후부터 연 감독이 상영 소감을 말하기 전까지 5분간 쉬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연 감독은 "너무나 꿈에 그리던 칸영화제에서 '군체'라는 작품을 다시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너무 영광"이라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앞으로 영화를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군체'를 보고 나온 전 세계 관객들은 칸 길거리에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프랑스인 마고 아토스키프는 "'부산행'도 재밌게 봤지만, 이번 영화는 새로운 좀비 스타일이 좋았다"며 "소통의 불완전함 때문에 모든 비극이 생긴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에서 온 런던 메이는 "좀비들의 액션이나 건물 전체가 하나의 집단처럼 움직이는 세트를 보는 게 너무 즐거웠다"면서 "특히 빌런(구교환) 캐릭터의 표정과 제스처가 너무 강렬했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관객들은 극장을 빠져나와 좀비들이 업데이트하는 특유의 동작을 따라 하며 영화의 여운을 즐기기도 했다.
상영 뒤 칸 거리에서 마주친 연상호 감독은 "(관객들이 좀비를 따라 하는 모습이) 제가 제일 보고 싶었던 광경이었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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