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명분 잃은 '반도체 노조'의 독주…집단 이기주의라는 바람에 날려 보낼 '삼성 신화'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시선+]명분 잃은 '반도체 노조'의 독주…집단 이기주의라는 바람에 날려 보낼 '삼성 신화'

비즈니스플러스 2026-05-16 12:09:54 신고

3줄요약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세기 유럽 문화와 경제의 정점이자 당대 최고의 부를 구가했던 이슬람 국가 '후(後)우마이야 왕조'(코르도바 칼리파국)의 허망한 몰락은 역사에 깊은 교훈을 남긴다. 기독교 세력의 압박 속에서도 번영을 이어가던 이 거대 왕국을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 침략이 아니었다.

역사학자들은 제국의 결정적 붕괴 원인으로 왕조 말기에 발생한 '안달루시아 내란'을 꼽는다. 당시 권력층의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군대 내 파벌 간의 이권 투쟁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달으면서 왕국은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안에서부터 시작된 균열로 왕국은 순식간에 수십 개의 소국(타이파)으로 잘게 쪼개졌고, 국력을 스스로 탕진한 끝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아무리 풍요롭고 견고한 성채라 할지라도 내부의 일방적인 이익 추구와 그로 인한 분열을 통제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와해될 수 있다는 것은 수많은 역사의 흐름에서 나오는 클래식이다.

지금 글로벌 무대에서 '반도체 신화'로 불리는 삼성전자가 직면한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AI 반도체 전쟁 속에서 사활을 걸고 뛰어야 할 시점에, 노조 측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총파업 감행으로 인해 회사가 사상 초유의 '노노(勞勞) 갈등'과 사내 분열이라는 치명적인 덫에 사로 잡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나흘 앞두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으나, 정작 사내에서는 노조의 독단적 행동에 대한 거센 반발과 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대다수 직원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일부 강성 조합원들의 주도로 강행되면서, 감정적인 진영 논리와 동료를 향한 압박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특히 가전, 스마트폰, TV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은 반도체(DS) 부문의 성과급 요구에만 매몰된 노조의 행태에 강한 환멸을 느끼고 있다. 노조가 전체 노동자의 권익이 아닌 특정 사업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DX 부문 조합원 수천 명이 노조를 연쇄 탈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나아가 일부 직원들은 노조의 무리한 독주를 막기 위해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준비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 측이 파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사내에서 전개하는 심리적 압박도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내 메신저 프로필에 '파업' 문구를 넣도록 강요하거나 참여 여부를 압박하는 행위가 잇따르자, 사측은 긴급 공지를 통해 노동조합법 제38조 제1항을 인용하며 "폭행·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는 명백한 불법"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측이 '조직문화 SOS' 등 피해 신고 창구까지 마련해야 했을 정도로 노조의 비타협적 태도가 동료 직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안기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와 학계 등에선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결정을 대내외적 위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집단 이기주의의 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조가 내세운 핵심 요구안은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제도화 및 상한선 폐지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사이클의 변동성과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냉혹한 경영 현실을 완전히 도외시한 정서적 요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실적 악화 시기의 리스크는 회사가 온전히 부담하고, 호황기의 과실만 제한 없이 취하겠다는 노조의 주장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과도한 탐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무리수가 강행되는 배경에는 노조 지도부와 일부 강성 조합원들의 '집단 확증 편향'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만을 선(善)으로 규정하고, 이에 동조하지 않는 DX 부문 동료들이나 경영진의 합리적인 우려는 무조건 배척하는 독선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호 존중과 상생이라는 건전한 조직 문화 대신,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회사의 발목을 잡겠다"는 식의 인질극 형태의 투쟁 노선을 택하면서 노동조합 고유의 도덕성과 명분마저 스스로 실추시켰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장과 투자자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주요 증권사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경쟁사들과 일분일초를 다투는 미세공정 및 AI 반도체 주도권 싸움 중에 터진 이번 파업이 삼성전자의 대외 신인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조의 이기적인 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생산 차질과 고객사 이탈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업체와 주주, 그리고 파업에 반대한 절대다수의 직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완벽해 보이던 왕국의 몰락이 내부 구성원들의 눈앞의 이익 탐욕과 분열에서 시작되었듯, 노조의 무모한 독주는 삼성전자의 근간을 흔드는 자해 행위와 다름없다. 이제라도 노조는 명분 없는 총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합리적인 실리를 챙기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이성을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