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관세 충격에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여파까지 겹치면서 미국 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물가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케빈 워시 차기 의장의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케빈 워시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17대 의장으로 인준했다. 이에 전날 임기가 끝난 제롬 파월 의장의 뒤를 이어 56세 변호사·금융인 출신인 워시가 연준을 이끌게 됐다.
앞서 파월 전 의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 기존 연초만 해도 연내 두 차례 인하 전망이 우세했지만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파월은 당시 물가 하락을 분명히 확인해야만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인물이라며 워시를 밀어붙였으나 물가 지표가 악화되며 그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2023년 5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대비 2.8%, 전월 대비 0.4% 오르며 시장 예상치를 모두 웃돌았다.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루 뒤 발표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6.0% 급등했다. 시장 예상치(4.9%)를 크게 상회한 것은 물론, 월간 상승률(1.4%)도 예상치(0.5%)의 세 배에 달했다. PPI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PPI 상승은 곧 CPI 상승 또한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미·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휘발유·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체감 물가 전반이 상승하는 2차 파급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다.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 필요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다만 실제 금리 인상 단행은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가 급등의 핵심 원인이 에너지라는 점에서다. 지난 셧다운 당시 통계 수집이 중단되면서 주거비 데이터가 뒤늦게 반영됐고, 이로 인해 수치가 실제보다 과장돼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최근 유가 충격으로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내 동결 정도”라며 “주거비 상승은 셧다운이 길어지며 주택 가격 데이터가 집계되지 않은 것이 정상화되며 일시적으로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실태 또한 좋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한 7570억8500만달러 수준이었다. 지출 자체는 증가했으나 전월 증가율(1.6%)보다 크게 둔화했을 뿐만 아니라 주유소 판매만 2.8% 상승, 백화점(-3.2%)과 가구(-2.0%), 의류·액세서리(-1.5%) 등은 모두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비가 지출 총량을 부풀리고 있을 뿐 실질 민간 소비는 이미 위축 국면이라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가솔린 소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로 바뀌고 있는데, 유가 상승으로 인해 다른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됨에 따라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에너지발 물가 충격이 가라앉는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첫 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9월에서 12월로 재차 늦춰 잡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올해 금리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상회하며 오는 FOMC에서는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연구원은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중립 수준을 50bp 정도 웃돌고 있는데, 올해 연말 쯤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 역시 “전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고용보다 물가에 대한 경계감이 높은 국면이 지속되고, 이후에도 수요측 요인들이 고물가를 유도할 수 있어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올해 한 차례(10월)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워시 의장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6월 17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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