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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세대·연립주택 공급 흐름은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5년간 다세대·연립주택 인허가 실적통계는 2021년만 해도 시장은 일정 수준의 공급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세대주택 공급은 2021년 4월 7,387호에서 같은 해 12월 2만3,628호까지 증가했다. 연립주택 역시 854호에서 3,651호까지 늘어났다. 당시만 해도 비아파트 시장은 서울과 수도권의 실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2년 들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다세대 공급은 2022년 1월 1,333호로 급감했고, 연립 공급은 단 55호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공급이 일부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이는 정상화라기보다 일시적 반등에 가까웠다. 2023년 1월 다세대 공급은 다시 364호까지 줄었고 연립은 16호 수준에 머물렀다. 2024년 1월 역시 다세대 245호, 연립 28호에 불과했다. 사실상 공급 절벽이 현실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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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21년과 비교하면 현재 시장은 공급 기반 자체가 붕괴된 수준이다. 2025년 말 예상 공급량을 보더라도 다세대는 5,108호 수준에 그친다. 이는 2021년 12월 2만3,628호와 비교하면 약 78% 감소한 수치다. 연립 역시 2021년 12월 3,651호에서 2025년 말 예상치 887호 수준으로 급감했다.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시장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비아파트 시장 특유의 구조적 취약성에서 시작됐다. 다세대와 연립은 대형 아파트 사업처럼 자금 조달이 안정적인 구조가 아니다. 중소 시행사와 지역 건설업체 비중이 높다 보니 PF 경색과 금리 상승, 공사비 급등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았다. 금융 비용이 급등하자 사업 자체가 멈추기 시작했고, 규모가 작은 사업장은 버티지 못했다.
여기에 전세사기 사태는 시장을 흔들었다. 본래 비아파트 시장은 전세를 기반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빌라 전세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임차인은 시장을 떠났고, 공급자는 신규 사업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이탈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시장은 전세에서 월세 중심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대응이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공급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 방향은 대부분 재건축·재개발과 신도시 중심이다. 즉 중장기 아파트 공급 정책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은 단기 공급 기반이다. 특히 청년층과 1~2인 가구가 필요로 하는 소형 비아파트 공급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는 빌라 시장 침체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비아파트는 주택시장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가 다세대·연립·오피스텔에서 거주하다 자산을 축적하고 이후 아파트 시장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형성돼야 시장 순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아파트 공급이 붕괴되면 수요는 처음부터 아파트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결국 중저가 아파트 가격까지 자극하게 되고,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소형 아파트 가격 상승 압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전월세 시장 역시 불안정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급 가능한 비아파트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공급 감소는 결국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전세의 월세화 속도도 빨라진다. 실제 서울의 월세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는 금리 영향만이 아니라 비아파트 공급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와 연결돼 있다.
특히 현재 공급 구조는 인구 구조 변화와도 맞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 정책은 여전히 아파트 중심이다. 시장 수요와 공급 방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금의 공급 왜곡은 청년층 주거비 부담 증가와 도심 이탈, 소비 위축, 저출생 문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몇 만 호 공급이라는 숫자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급 유형의 정상화다. 비아파트 시장이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금융과 세제, 시장 신뢰 회복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현재 PF 시장은 대형 아파트 중심으로만 자금이 흘러가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다세대·연립 공급 회복이 어렵다. 중소형 비아파트 사업에 대한 공적 보증 확대와 금융 안정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공급 기반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이 사실상 아파트와 유사한 규제를 받는 구조도 문제다. 실거주 목적 비아파트에 대해서는 세제와 대출 규제를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너진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전세사기 이후 시장은 빌라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공공 보증 강화와 임대인 정보 투명화, 공공 안전임대 확대 같은 제도적 장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시장은 회복되기 어렵다. 결국 주거시장은 신뢰가 무너지면 공급도 함께 무너진다.
지금 시장은 단순히 비아파트가 줄어드는 상황이 아니다.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수급 균형축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과정에 가깝다. 아파트 공급만으로는 시장 안정이 불가능하다. 비아파트 공급 정상화 없이는 전세 안정도, 청년 주거 안정도, 장기적 집값 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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