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이며 전방위적 매도세를 보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5.12%까지 치솟아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 집계 기준,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로 통하는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13.8bp(1bp=0.01%포인트) 급등한 4.597%로 장을 마감했다. 통화정책 민감도가 높은 2년물 역시 9bp 뛴 4.08%를 기록했다.
미 재무부가 지난 13일 실시한 30년물 입찰에서도 금리가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5%대에 진입한 바 있다. 채권 금리 상승은 곧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한다.
대서양 건너 영국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스타머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이 인플레이션 우려와 맞물리면서 길트(영국채) 투매 현상이 발생했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18%를 돌파했고, 30년물은 5.86%까지 치솟아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을 찍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로존 주요국 국채 수익률도 동반 급등했다.
아시아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4월 일본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2.7%대로 뛰어올라 1997년 이후 2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글로벌 채권 금리 동반 상승의 근본 원인은 미·이란 전쟁 여파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 지표가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켰다. 여기에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국가별로 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시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수장 교체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18년부터 연준을 이끌어온 파월 의장은 이날부로 의장직 임기를 마쳤다. 그는 법무부 수사가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직(임기 2028년 1월 31일)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상원이 지난 13일 워시 후보자 인준안을 가결함에 따라 새 연준 의장 취임이 임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적시에 금리를 내리지 않아 경제정책에 걸림돌이 된다며 파월 의장을 공개 비난해왔고, 워시 지명을 통해 금리 인하를 강력히 기대해왔다. 그러나 워시 후보가 인준 청문회에서 금리 정책에 모호한 태도를 보인 가운데, 월가에서는 현재 경제 여건상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4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6.0% 상승해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3.8%로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 인하 대신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15일 기준 연내 기준금리 인상 확률을 약 50%로 반영했다. 내년 3월까지 인상 확률은 70%, 4월까지는 80%에 달한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래드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영국의 정치적 혼란이 길트 금리를 끌어올렸고 재정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다음 타깃은 일본이 될 수도, 미국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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