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 정상이 관계 안정화 의지를 과시했으나, 관세·무역·대만 등 핵심 쟁점에서는 뚜렷한 돌파구 없이 회담이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다만 반복되는 정상 간 만남과 개인적 신뢰 구축 자체가 향후 양국 갈등을 관리하는 핵심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함께 제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 패트릭 크로닌은 "이번 만남이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리면서 미중 경쟁에 대한 전반적 긴장감을 완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중국 측이 새로운 양국 관계 프레임으로 내세운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에 대해 크로닌 의장은 "결국 '상호 존중'을 다르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면서도 "대단한 성취라 할 순 없지만 긍정적 신호임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역내 국가들 입장에서는 미중 갈등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됨에 따라 경제적 불안 요소가 다소 줄어들었다는 시각도 등장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아시아 담당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양국 관계가 우호적 기조를 이어가고 추가 정상회담 일정까지 잡혀 있어 무역 긴장 완화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충돌 시마다 선택 압박에 시달려온 한국과 여타 동맹국들의 부담도 경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회담 분위기에 비해 가시적 결실이 빈약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합의된 '1년 관세 휴전'의 후속 논의는 이번에도 구체적 결론 도출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중국의 보잉 항공기 및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구매 약속 역시 중국 당국의 공식 확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경제 성과 측면에서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며 "무역·경제를 최우선시해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지 못한 점은 분명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양측 모두 관계 안정화를 반겼지만 5개월 뒤 종료되는 무역 휴전 연장에는 합의하지 못했다"며 "다음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 역시 "이번 회담의 최소 기준선은 휴전 연장이었는데 그마저 발표되지 않아 낮은 기준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중국의 기존 구매 약속 재확인과 실무 협상 지속 합의 정도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중에 이어 올가을 시진핑 주석의 답방이 확정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전 미 국무부 부장관 출신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회장은 "회담 진행 방식과 미래에 대한 양 정상의 언급을 보면 이번 만남이 연중 계속될 대화 프로세스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며 "고위급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양 정상은 11월 중국 선전 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마이애미 G20 정상회의에서도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
정상 간 인간적 교감이 향후 미중 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징 치엔 부회장은 "이번 회담은 이념 대결보다 지도자 개인에 방점이 찍혔다"며 "양측의 케미스트리, 상징적 제스처, 개인적 유대감을 국정 운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뚜렷했다"고 풀이했다. 중국이 국빈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곡 'YMCA'를 연주한 것도 "정치적 차원을 넘어 상징적·개인적 친밀감을 형성하려는 의도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아시아그룹 조지 첸 파트너는 가시적 성과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진전은 특정 거래가 아니라 지난해 부산 회담 이후 두 정상이 다시 긴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단순한 사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이 외국 손님에게 거의 공개하지 않는 중난하이 내 개인 정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안내했다"며 "지도자 간 친밀감은 양국 관계 전체의 온도를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 이슈에서는 시 주석이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충돌을 회피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첸 파트너는 "시 주석은 대만 독립을 향한 어떠한 움직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레드라인을 회담 초반부터 명확히 했으며 타협이나 유화 기색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캠벨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측을 안심시킬 만한 발언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중국 측 우려를 이해하고 해소 방안을 모색하려는 태도는 여러 차례 감지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140억 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승인 절차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이 문제를 깊이 논의했다고 밝히면서도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릴 것"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첸 파트너는 "시 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예정된 9월 24일 이전에 대규모 무기 판매가 승인될 경우 시 주석은 백악관 방문에 극심한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북한 문제에서는 양측 모두 뚜렷한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해 한국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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