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발 금융위기에 대한 경고로 충격을 안겨줬던 리서치 업체 시트리니리서치는 앞으로 AI가 시장 및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비관적일지 모르지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AI 기술에 베팅하고 있다.
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온라인에 퍼진 시트리니의 시나리오가 AI의 영향에 대한 새로운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 이날 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한 바 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투자사 로터스테크놀러지매니지먼트의 알랍 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날 뉴스레터 구독 플랫폼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AI 혁신이 인간의 지식 자원을 대체하면서 화이트칼라 실업률이 급등하고 이로써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급증해 오는 2028년께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상의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해 관심이 일었다.
하지만 시트리니는 지난 1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가 AI 붐의 새로운 단계에서 승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트리니는 울프스피드를 ‘와호장룡’(臥虎藏龍)에 비유했다. "단순히 공장의 이론적 대체 가치로 평가받을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대체불가능한 존재라는 점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트리니는 "어느 기업도 울프스피드를 대체할 수 없다"며 "울프스피드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고 썼다.
시트리니의 보고서 발표 이후인 13일 울프스피드의 주가는 최대 20% 급등했다. 이어 14일 13% 추가 상승했다. 이로써 연초 대비 상승률이 270%를 넘어섰다.
울프스피드를 둘러싼 시트리니의 낙관적 논거는 와호장룡이라는 설정에 맞춰져 있다. 이는 제품 수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 생산 역량을 구축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울프스피드는 과거에 파산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자사를 침몰시킨 바로 그 동력에 힘입어 파산 상태에서 벗어났다.
시트리니는 보고서에서 울프스피드를 ‘전형적인 사례’로 지목하며 "울프스피드가 실제로 발생하지도 않은 수요를 예상하고 생산 능력 확충에 공격적으로 지출하다 그 과정이 과도해 결국 파산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울프스피드는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카바이드(SiC) 기술 생산으로 입지를 구축했다.
전기차 확산에 사활이 걸렸다는 판단 아래 수억달러나 제조시설에 투자했으나 부채 구조조정 필요성으로 지난해 6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울프스피드가 재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하자 주가는 급등했다.
시트리니는 AI 붐이 울프스피드가 생산하는 소재에 대한 수요를 폭등시킬 것으로 본다.
시트리니는 "SiC가 데이터센터의 외곽에서 유용했던 바로 그 특성, 다시 말해 탁월한 열 전도성으로 이제 실리콘에 훨씬 더 가까운 영역에서도 쓰일 수 있는 후보가 됐다"고 설명했다.
시트리니는 울프스피드가 몇 안 되는 SiC 기술 생산 업체 가운데 하나로 향후 수요 충족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AI 공급망의 핵심 주역이라고 본다.
시트리니는 "2023년 울프스피드의 설비투자가 가치를 훼손하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면서 "하지만 내년이면 이는 와이드 밴드갭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선견지명이 있는 인프라 투자 중 하나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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