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 것들을 재판에 잘 반영하겠습니다.”
15일 오후 2시께 인천 강화군 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정문. ‘폐쇄성을 검증하라’고 적힌 팻말을 든 ‘색동원사건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있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법무법인 관계자들이 들어선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 엄기표 판사는 내부에 들어서기 전부터 외부 폐쇄회로(CC)TV가 어딨는지 살핀다. 바로 옆에서는 피고 측이 CCTV 위치를 안내하는 한편, 검찰이 “CCTV가 있어도 시설이 영상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이들 바로 위에서는 밖에 벌어지는 소란이 궁금한 듯 남성장애인들이 창문에 붙어 이를 지켜본다.
엄 판사는 “현장을 보며 검찰과 피고 측이 주장하는 바를 보다 잘 이해하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인천 강화군 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에서 시설장이 장애인들을 성폭행했다는 혐의(경기일보 2025년 9월25일자 인터넷판 등 연속보도) 관련, 재판부가 현장을 찾아 범행가능여부를 살폈다.
앞서 피고인 시설장 A씨 측은 4월10일 첫 재판에서 “시설 구조나 근무 방식을 본다면 범행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재판부에 현장검증을 요청했다. 이날 검증에는 재판부, 검찰, 피고 변호인단 등이 참석했지만 구속 중인 A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검증은 피고 측이 범행 불가를 주장한 뒤, 검찰이 반박하는 순으로 이뤄졌다. 피고 측은 시설 관계자에게 CCTV 위치를 물어 일일이 보인 뒤, “곳곳에서 감시가 이뤄져 범행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A씨 범행 가운데 1건은 이미 사각지대서 이뤄졌음이 증명됐다”며 감시체계 허점을 지적했다. 또 “사건 초 보호자가 CCTV 제공을 요청했으나 시설이 제공하지 않았다”며 시설이 관리하는 CCTV가 증거로서 기능하지 못한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근무 방식에도 주목했다. 범행 시각이 야간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피고 측이 당직자의 존재를 들어 범행 불가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엄 판사는 당직자들이 평소 앉는다는 복도 중앙 소파에 앉아 모든 곳을 볼 수 있는지 확인했다. 검찰은 시설 관계자에게 “한 장애인을 돌보고 있을 때, 다른 장애인들은 누가 돌보는지” 등을 물으며 관리가 느슨해지는 상황을 가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검증에서는 재판부가 범행 과정에서 생긴 소음이 다른 층에서 들리는지 확인하고자 남성장애인들이 남아있는 3층을 찾아 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피고 측이 2층에서 소음을 재연하고 재판부가 3층에서 이를 듣고자 했으나 남성장애인이 생활하는 소리와 겹쳐 원활한 청취에 어려움을 겪었다.
재판부는 이날 2시간 여에 걸친 검증을 마친 뒤 현장을 떠났다. 이어 18일 재판을 열고 피해자들의 진술 영상을 본 뒤, 분석가를 불러 신빙성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피해자 변호사인 신진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은 “이번 검증은 피고가 요청했지만 되레 피해자가 겪은 폐쇄성을 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재판부가 현장을 본 만큼 정확히 판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 관련기사 : [단독] 인천 중증장애인시설에서 성범죄 피해 신고…경찰 수사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