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면봉을 두고 샤워 후 습관처럼 귀를 후비는 사람이 많다. 샤워 후 귀에 들어간 물기를 닦아내거나 귀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면봉. / 위키트리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선우웅상 교수는 지난 1월 "귀는 섬세하고 민감한 기관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불필요한 자극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관리법"이라고 말했다. 화장실에 면봉을 보관하며 귀 청소에 쓰는 습관이 왜 위험한지, 이유 3가지를 짚어봤다.
화장실은 집 안에서 세균이 번식하기 가장 좋은 공간이다. 샤워기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수증기, 변기 물을 내릴 때 공중으로 퍼지는 에어로졸, 낮은 환기율이 한데 겹치면서 미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런 공간에 뚜껑도 없는 면봉통을 올려두면 면봉 솜 끝에 수분이 응축되고 공기 중 부유 세균이 그대로 달라붙는다. 면봉 솜은 흡수성이 좋아 오염 물질을 품은 채로 건조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이미 오염된 상태다.
면봉. / 위키트리
이 면봉을 귀에 넣으면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곰팡이균 등이 외이도로 직접 침투한다. 외이도는 얇은 피부층으로 구성돼 있어 작은 자극에도 쉽게 상처가 난다. 상처 부위로 세균이 파고들면 외이도염이나 진균 감염으로 번진다. 샤워 후 외이도가 습해진 상태에서 귀를 후비다 상처가 나면 진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귓속에 곰팡이가 피는 이진균증이 발병할 수도 있다. 이진균증은 재발도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면봉으로 귀지를 제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면봉을 귀에 넣으면 귀지가 바깥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고막 쪽으로 더 깊이 밀려 들어간다. 귀 안으로 밀린 귀지는 고막 근처에서 굳으면서 청력 저하, 이물감, 염증을 유발한다. 면봉을 쓸수록 귀가 더 자주 간지럽고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면봉. / 위키트리
귀지는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다. 귀지는 세균과 먼지의 침입을 막고 외이도 피부를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약산성(pH 약 6.1) 환경을 형성하고 라이소자임과 포화 지방산 등의 항균 물질을 함유해 미생물 성장을 억제한다. 귀지를 억지로 제거하면 이 방어막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외부 세균에 더 취약해진다.
귀는 스스로 귀지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자정 기능을 갖추고 있다. 밥을 먹거나 말을 할 때 턱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귀지가 자연스럽게 외부로 배출된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귀 안쪽을 청소해야 할 특별한 의학적 이유가 없는 한 면봉이나 도구로 귀를 파지 말고 귀 바깥만 부드럽게 닦을 것을 권고한다. 귀지가 과도하게 쌓이는 느낌이 든다면 스스로 제거하려 하기보다 이비인후과에서 제거받는 것이 안전하다.
고막 두께는 약 0.1mm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다. 면봉을 조금만 깊이 넣어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2022년 대한이과학회지에 발표된 임상 보고에 따르면 외상성 고막 천공 환자의 약 60%가 면봉 또는 뾰족한 도구로 귀를 파다 고막을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보다 소아에서 비율이 높았으며, 보호자가 귀를 청소해주다 실수로 고막을 찌르는 사례도 보고됐다.
면봉. / 위키트리
고막이 손상되면 갑작스러운 통증과 함께 이명, 난청,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출혈이 동반되기도 하고 이차 감염으로 중이염까지 발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외상성 고막 천공은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천공이 심하거나 이차 감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고막성형술 등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샤워 후 귀에 물이 들어갔다면 면봉 대신 드라이기 바람으로 말리는 것이 안전하다. 귓속이 습한 상태에서 도구를 넣으면 피부에 상처가 나기 더 쉽기 때문이다. 귀 안쪽이 간지럽거나 이물감이 지속된다면 억지로 손을 대기보다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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