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시장이 한 주 내내 요동쳤다. 지방선거 참패를 계기로 스타머 총리를 향한 사임 요구가 거세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을 짓누른 것이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5.12%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0.13%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지난 12일 기록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5.13%에 바짝 다가섰다. 30년물 금리 역시 당시 199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바 있다.
파운드화 가치도 급락세를 보였다. 장중 한때 5주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1.3335달러까지 밀린 뒤 1.3354달러로 소폭 반등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국채 10년물 금리의 주간 상승폭은 3월 이후 최대, 파운드화의 주간 낙폭은 2024년 들어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당 대표 경선 가능성도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앤디 버넘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과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이 출마 준비에 착수했으며,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의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유력 후보로 꼽히는 버넘 시장에 대해 시장의 경계심이 크다. 그는 지난해 부유층 세금 인상과 대규모 기업 국유화, 차입 확대 정책을 주장한 이력이 있다. 제프리스의 모힛 쿠마 전략가는 "버넘의 좌파 성향과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을 시장이 우려하고 있다"며 "스타머 사임 후 버넘이 총리가 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오히려 현 지도부 유지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FTSE 100 상장사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스타머 총리와 리브스 재무장관이 반기업적 정책을 펼친 건 사실이지만, 대안 후보들이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국 부채 증가로 채권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에서 영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FT는 분석했다. 재정 원칙에서 조금만 이탈해도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형태로 시장의 '징벌'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노동당 관계자는 "채권시장이 사실상 투표권을 행사하는 첫 당내 경선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기업 수장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광고업체 S4캐피털의 마틴 소럴 회장은 "총리의 불안정한 지위가 영국의 국제적 평판을 해치고 있다"며 "중동 분쟁,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FTSE 100 기업 CEO는 "정부가 오래 기다려온 정책 실행보다 내분과 스캔들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표는 "네로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며 로마 대화재 당시 황제의 무위를 빗대 현 상황을 꼬집었다.
지난 13일 발표된 킹스 스피치에는 금융서비스 진흥 법안 등 다수의 경제 관련 입법이 포함됐으나, 추진 동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대출 전문 은행 에블로의 조노 길레스피 CEO는 "대표 경선이 입법 일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새 총리가 정책 방향을 바꿀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 나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