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장윤기’를 막지 못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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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장윤기’를 막지 못 했을까?

평범한미디어 2026-05-15 18:17: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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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 오목렌즈] 118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가더라”고 말했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 청소년을 칼로 찌른 나쁜놈이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뭐냐 하면 아무래도 처음에는 묻지마 범죄 비슷하게 느껴졌다. 근데 아주 구쳊거으로 계획을 세우고 타겟을 정했다. 범죄 대상을 정해서 자기 분노를 전가해야겠다는 계획을 갖고 한 것 같더라.

 

이번 오목렌즈 전화 대담(14일 15시)에서는 장윤기 살인사건을 다뤘다.

 

이번 살인사건을 저지른 장윤기의 모습. <사진=jtbc 캡처>

 

물론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이상동기 범죄도 계획 수립 하에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칼을 준비하고, 피해 여성 청소년 A씨를 타겟으로 정하고, 예상 경로를 파악하고, 자동차를 타고 A씨를 질러가서 기다렸다가 칼로 공격하는 등 이렇게까지 철저한 전략을 짜고 살인을 저지르진 않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하는데 우선 2002년생 장윤기는 알바를 하다 알게 된 베트남 여성 20대 B씨의 집을 찾아갔는데 그때가 범행 이틀 전인 5월3일 새벽이었다. 장윤기는 B씨에게 교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그 이후 장윤기는 3일 정오 즈음부터 B씨를 살해할 마음을 갖고 주방용 칼 2자루와 장갑을 챙겨서 B씨의 집 주변을 배회했다. 그날 20시쯤 정식으로 경찰 신고가 접수됐는데, 장윤기는 경찰의 경고 문자를 받고 B씨에 대한 더욱더 강렬한 적의를 품고 살인을 실행하기 위해 집과 직장 인근을 번갈아가며 물색했다. 대략 30여시간 동안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B씨는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타지역으로 떠난 상태였다. B씨에 대한 살인 계획이 물거품으로 끝나자 이때부터 장윤기는 다른 분노 표출 대상을 찾으려고 맘을 먹었다.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장윤기는 아래와 같은 치밀함을 보였다.

 

①스토킹 신고에 따른 본인의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폰을 도심 하천에 버림

②A씨를 우연히 발견하고 살인 대상으로 점찍은 뒤 1㎞ 가량 미행을 함

③미리 예상 동선을 파악해서 차로 앞질러 가서 살인 장소에서 A씨를 기다리고 있었음

④살인이 벌어진 장소가 남부대 인근으로 쌍암공원과 첨단체육공원이 있고 소위 ‘첨단 번화가’로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밤 시간대 사람들이 별로 지나다니지 않고 방범용 CCTV의 사각지대인 곳이었음

⑤범행 후에는 건물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자가용과 칼을 버리고, 혈흔이 남은 외투를 세탁하는 등 증거인멸을 하려고 함

⑥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타고 지인이 살다가 이사해서 공실인 원룸에 숨어있는 등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함

⑦검거 후 압수된 공기계 스마트폰에서는 도망칠 방법을 인터넷에서 찾아본 흔적이 발견됨

 

이래놓고 장윤기는 최초 경찰 진술에서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고 누군가 (같이) 데리고 가려 했다”면서 우발성을 강조했다. 잔인한 살인범임에도 처벌 수위를 약화시키려고 명백한 거짓말을 한 것이다. 박 센터장은 “우발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치밀하다”며 “(B씨를) 살해하기 위해 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건데 대상을 바꿔서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고립과 은둔이 심화돼 가지고 사회에 불만이 가득해져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공격하는 그런 살인 유형과는 확연히 다르다.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자신을 받아주지 않은 여성에 대한 분풀이를 아무 상관도 없는 여고생에게 가했다. 엉뚱한 데다가 화풀이를 한 건데 장윤기는 만약에 A씨를 죽이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교제 살인이나 다른 살인을 저질렀을 놈이다. 가장 경악스러웠던 것은 (B씨를 대상으로 하는) 1차 살인이 좌절됐으면 그냥 살인 계획 자체를 폐기하고 포기하기 마련인데, 장윤기는 타겟을 변경해서 더욱더 치밀하게 준비했다. 타겟 변경의 이유도 너무 어이가 없는 건데 여성 전체에 대한 적개심으로 또는 자신보다 힘이 약한 대상을 골라야 살인 범행을 성공시킬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을 살해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해서 실행하는데 피할 수가 있을까? 여성들이 아예 집 밖으로 외출하지 않거나, 2인1조 전우조를 편성해서 돌아다녀야 하는 건지 속이 답답할 뿐이다. 범죄자 장윤기의 범행 유형은 ‘교제 폭력’의 측면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측면 즉 2가지가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는데 여기에 더해 ‘분노의 전가를 실행하기 위한 대상 교체’까지 감행한 측면도 있다. 사후적으로 봤을 때 장윤기는 관계성 범죄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고 한다. 성폭행 혐의가 있었고, 뺨을 때리는 폭행을 저질렀고, 기타 징후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살인이라는 중대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우리의 경찰력은 장윤기를 막지 못했다. 범죄사회학을 전공한 박정현 박사는 본인 스레드를 통해 이번 장윤기 사건에 대해 “단순히 사이코패스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설파했다.

 

오히려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스토킹과 성폭력, 분노의 전이, 감정통제 실패 그리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약한 대상을 찾아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고 성폭행한 뒤 그 분노와 좌절을 엉뚱한 피해자에게 돌렸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매우 위험한 범죄적 흐름을 보여준다. 가해자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고, 분풀이의 대상을 찾았으며, 아무 관련 없는 피해자에게 극단적 폭력을 행사했다.

 

우리 모두가 장윤기 개인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는 걸 넘어 국가에 요구할 일은 없는 걸까? 법무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어떤 대책을 고민해야 하며 국회에서 무엇을 논의해야 할까? 박 센터장은 “(고립 청년이나 교제 폭력 전과가 있는 스토커들에 대한) 관리 시스템은 이미 어느정도 갖춰져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실상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물론 장윤기 사건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유형이었다. 기존에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던 사례들이 있는지 체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베트남 여성을 쫓아다니기 전에 다른 유사 범죄 신고 전력이 있는지 빠르게 조회해서 장윤기를 바로 잡았다면 A씨가 희생되지 않을 수 있었다.

 

하나 전제해야 할 것이 있는데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마땅한 직업이 없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열등감이 극심하다고 해서 조선처럼, 최윤종처럼, 장윤기처럼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99%는 그러지 않는다. 시스템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과 그런 흉악범들의 범행을 마치 구조와 환경 때문인 것으로 치부하는 일은 절대 양립할 수 없다. 흉악범들에 대한 사형 선고 및 강력한 처벌 그리고 사회적 비난이 가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장윤기가 시한폭탄 같은 괴물이 되기 전에 발견해서 관리될 수는 없었던 걸까. 박 센터장은 “정례적으로 건강검진 할 때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신경정신과적인 부분 혹은 우울증 검사 정도는 형식적인 체크리스트로 하지 말고 전문가와 만나서 실질적인 의무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나마 고립된 은둔 청년들에 대한 지자체 차원에서의 센터 개설 및 정책적인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는데 중앙정부 차원에서 확실히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리고 장윤기 같은 사례를 범주화하고 분류해서 교제 폭력 성향을 보이는 남성들에 대한 대처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여성들이 아직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위험 신호를 느끼고 신고하면 경찰이나 지자체가 제대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전에 뭔가 관리를 하고 인지를 해서 사건을 막는 것이 정말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죽은 뒤에 움직이는 것을 지켜만보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정신적으로 붕괴되고 황폐화돼서 자기 자신을 해하거나, 타인을 공격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무언가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심리적인 거나 정신건강이나 우울증 같은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정기 건강검진에서 걸러낼 수 있는 필터 체계를 확실히 해두면 좋을 것 같다. 여전히 본인 스스로 정신과에 상담 받으러 가는 것에 대한 접근성이 터부시되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진단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고 다들 얘기하고 누구나 겪을 수 있따고 생각은 하지만, 아직까지 보통 일반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는 정신과라는 데가 굉장히 가기 힘든 곳으로 박혀 있다. 그러니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인 누구나 동네 병원 가정의학과 가듯이 정신과에 갈 수 있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건강 전문가로 일할 수 있는 상담 인력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국가가 정해놓은 자기 정신 건강이나 마음 건강을 한 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별도로 건강검진처럼, 건강검진은 주로 신체 건강을 다루는데 이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정신건강검진이 만들어지고 정착돼야 한다. 매년 자살자들이 1만여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는데 남을 해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를 죽이는 경우도 막아야 된다. 무조건 정신건강 전문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담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만나게끔 제도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누구나 다 그래서 자신의 정신적인 부분을 좀 이야기하고 토로하고 그러다 보면 진짜 힘들고 위험한 사람들도 조기 발견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정례화가 되면 사전에 위험군을 찾아내는 비중도 굉장히 높아질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려면 인력이 압도적으로 많아져야 할텐데 중앙정부 차원의 별도 조직으로 그래도 좋겠지만 지자체별로도 지금보다 관련 인력이 더 많아져야 될텐데 그 민간 위탁이든 무엇이든 그렇데 됐으면 한다.

 

이러한 본질적인 접근 외에도 견물생심의 차원에서도 실질적인 치안 강화가 필요하다. 박 센터장은 “퇴직 경찰관이나 소방관들 포함 신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 태권도장의 유단자들이라든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원의 현황을 파악해서 치안 서비스를 강화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용소방대나 방범대와 같은 조직을 참고해서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 실질적으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안전부나 경찰청에서 위촉해서 할 수도 있는데. 교제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의 경우에도 경찰 단계까지 이르지 않을 수 있는 수위지만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더라도 징후가 위험한 것 같으면 중간 단계에서 개입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경찰하고의 연계도 촘촘히 이뤄져야 한다.

 

박정현 박사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요즘 반복되는 묻지마 폭행·살인 사건을 볼 때마다 우리는 가해자가 왜 그랬는가만 묻는다. 물론 동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그 장소였는가. 왜 그 시간대였는가. 왜 흉기를 들고도 제지되지 않았는가. 무차별 범죄는 완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위험을 낮출 수는 있다. 인적이 드문 골목, 새벽 시간대의 공원과 역 주변, 관리되지 않는 지하 보도와 주차장처럼 감시가 약한 공간은 범죄자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 이것이 환경 범죄학에서 말하는 기회의 문제다. 또 하나는 흉기 소지다. 흉기는 범죄의 결과를 순식간에 바꾼다. 주먹으로 끝날 수 있었던 폭행이 살인으로 바뀌고, 피해자는 도망칠 시간조차 잃는다. 그래서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 흉기 소지는 단순한 개인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두운 공간을 밝히고, CCTV 사각지대를 줄이고, 순찰 동선을 실제 위험 시간대에 맞추고, 흉기 소지와 이상 행동에 대한 초기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

 

범죄는 개인의 악의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방치된 공간, 느슨한 통제, 쉽게 휴대되는 흉기, 그리고 늦은 개입이 만나면 폭력은 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저런 사람이 있었나’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왜 ‘그 사람이 흉기를 든 채 그 공간에 오래 머물 수 있었나’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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