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 등 삼성전자 DS부문 사장단이 노조와 대화하고자 평택사업장을 방문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노조는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제도화를 요구하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삼성전자 DS부문 사장단은 15일 오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위치한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해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와 만났다.
이 자리에는 전 부회장을 비롯해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총괄 사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등 반도체 부문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공동투쟁본부에서는 최승호 위원장, 이송이 부위원장, 김재원 국장, 정승원 국장 등이 자리했다.
전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노조와 열린 자세로 대화하겠다"고 밝히며 교섭을 이어가자는 뜻을 전달했다.
최 위원장은 이에 "직원들이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성과급 투명화, 상한 폐지 제도화 안건이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같은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면담도 진행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김 장관과의 면담에서 교섭 현황과 핵심 쟁점 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김 장관은 조합 입장에 공감하며 관련 내용을 사측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는 교섭 재개를 위해 사측 대표교섭위원 교체와 실질적인 입장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교섭이 재개된다면 책임 있는 자세로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전날에도 공문을 통해 "노사 간 대화를 원한다면 핵심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라"며 "5월 15일 오전 10시까지 대표이사가 직접 답변하라"고 사측을 압박했던 바 있다. 전 부회장이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한 셈이다.
사장단은 이날 노조 방문에 앞서 대국민 사과와 노조에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요청하기도 했다. 회사는 공문에서 "상생의 노사관계를 기원한다"는 인사와 함께 그동안 회사가 제시해 온 협상안을 다시 한 번 환기했다.
회사는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 기존 OPI 제도의 재원을 영업이익 10%와 EVA 20%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투명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노조가 요구한 제도화 및 상한 폐지에 대해서는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추가로 상한이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해 보다 유연한 제도화 방안을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그러면서 "협상 타결을 바라는 임직원과 주주, 국민의 바람에 부응해 조건 없이 다시 만나 대화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며 "회사는 열린 자세로 협의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 13일 사후조정 결렬 선언 이후에도 회사가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 문서로 재확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사후조정 결렬 당시에도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을 두고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에서는 성과급을 투명화하고 상한 폐지를 제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를 명문화하자는 얘기다. 반면 사측에서는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해 보다 유연한 제도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노조는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또 "6월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파업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결국 총파업 수순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기준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조합원은 4만6028명에 달한다. 이는 정부가 사후 긴급조정에 나서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규모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노조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직간접 손실을 합쳐 약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산업은 24시간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 초정밀 공정의 특성상, 노조가 예고한 18일의 파업 기간을 넘어 사전 예비작업과 사후 안정화 작업까지 한 달 이상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구조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파업이 18일간 지속될 경우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가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조의 파업 강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조가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제도화 등을 대화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다. 사실상 '최후의 수단'인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즉시 30일간 파업 등 일체의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 조정 절차에 착수한다. 30일간의 냉각 기간 동안 노사는 협상을 재개하게 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직권으로 중재 회부가 결정된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1993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2005년 7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2005년 12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에서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바 있다. 흔치 않지만 국가 경제와 공익에 중대한 파장이 우려되는 사안일 경우 발동했던 사례들이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가 사장단의 대국민 사과, 대표이사 노조 사무실 방문, 공문 발송 등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손을 내밀고 있는 만큼, 이제는 노조가 응답해야 할 차례"라며 "노조 지도부가 또다시 명분론에 매몰돼 대화를 거부한다면 조합원들의 뜻은 물론 국민적 신뢰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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