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종효 기자 | “AI가 우리 핸드폰 속에서 존재하는 시대는 이제 저물어 갈 것이다. 앞으로는 피지컬 AI, 로봇이라는 바디를 통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15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갤럭시 로봇 아레나’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최고행복책임자(CHO)는 이와 같이 포문을 열었다. 발표장은 전통적인 기업 브리핑 공간과는 달랐다. 무대 위에는 실제 움직이는 로봇이 배치됐고 조명과 음향은 공연장에 가까운 구성을 갖췄다. 설명회와 쇼케이스의 경계를 허문 현장이다.
이날 공개된 ‘갤럭시 로봇 아레나’는 약 5000평 규모로 조성된 로봇 테마형 엔터테크 공간이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이 공간을 통해 ‘피지컬 AI’라는 개념을 현실 체험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발표는 기술 설명보다 경험과 방향성에 무게가 실렸다.
▲공연장이 아니라 ‘지속되는 콘텐츠 플랫폼’
최용호 대표는 “이 공간은 단순한 전통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AI 기반 엔터테크의 실험장”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상설 공연 시스템이다. 하루 3회에서 최대 6회까지 운영되는 K팝 로봇 공연을 통해 연간 최소 1000회 이상의 공연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365일 동안 지속되는 공연 구조를 통해 K팝을 하나의 관광 인프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공연이 반복 가능한 콘텐츠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특정 아티스트 일정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로봇과 IP를 결합해 언제든 재현 가능한 형태다.
질의응답에서도 이 부분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양한 K팝 콘텐츠 확보 전략에 대해 최 대표는 “자사 아티스트 IP를 기반으로 시작하지만 외부 IP와의 협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과거 히트곡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 구조가 복잡한 음악 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단계적 접근을 택하겠다는 설명이다.
▲“아이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서 출발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개인적 고민이었다. 최용호 대표는 발표 도중 두 아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 공간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가 계속 휴대폰과 TV만 보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컸다. 앞으로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 미래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발언 이후 발표의 톤은 더욱 명확해졌다. ‘갤럭시 로봇 아레나’는 어린이 체험형 공간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로봇과 춤을 추고 복싱을 하고 직접 움직임을 가르치는 인터랙션이 핵심이다. 로봇이 단순히 보여지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존재로 설정돼 있다.
현장에 마련된 체험 요소 역시 이 방향을 반영했다. 관람객이 로봇을 원격으로 움직일 수 있는 미러링 시스템, 로봇이 초상화를 그려주는 체험 등은 기술 시연이라기보다 놀이에 가까운 형태였다.
▲‘동시에 공연하는 로봇’...월드투어의 재정의
기술적 차별성은 ‘동시성’에 있다. 최 대표는 로봇 공연의 가장 큰 장점으로 ‘동시 글로벌 공연’을 꼽았다. “사람은 월드투어를 하면 순차적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로봇은 동일한 콘텐츠를 동시에 여러 국가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협업 중인 로봇은 중국 유니트리 계열 장비로 모션 캡처를 통해 인간의 춤과 동작을 학습한다. 한 번 학습된 안무는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지역의 로봇에도 동시에 적용된다. 이 구조가 완성되면 동일한 K팝 공연이 서울과 두바이, 다른 도시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형태가 가능해진다.
이 구상은 사업 전략으로 연결된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올해 말부터 로봇 콘서트의 글로벌 투어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리적 이동이 아닌 ‘데이터 이동’을 기반으로 한 공연 확산이다.
▲수익 모델도 ‘테마파크 구조’로 설계
사업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최 대표는 “이 공간은 3~4시간 체류형 테마파크 구조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입장권 기반 수익과 함께 체험 콘텐츠, 로봇 서비스 등이 결합된 형태다.
최 대표는 “5월 28일에는 로봇 패션쇼를 준비 중이며 관련 브랜드도 함께 구상하고 있다”고 밝혀 콘텐츠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연 외에도 전시, 체험, 상품이 결합된 복합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봇을 활용한 공연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시도돼 왔지만 이를 상설 공연과 관광 인프라, 교육적 체험까지 결합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겠다는 시도는 아직 초기 단계다. 기자간담회의 질문은 특정 기술보다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집중됐다. 이미 ‘가능성’보다는 ‘실행력’이 검증 대상이 된 분위기였다.
최 대표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로봇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공연이라는 가장 대중적인 형식으로 풀어내겠다는 실험을 집약해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는 기술’에서 ‘함께 사는 기술’로
‘갤럭시 로봇 아레나’는 기술 전시 공간이 아니다. 공연, 체험, 산업 전략이 뒤섞인 복합 실험장에 가깝다.
이날 현장은 그 방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피지컬 AI라는 개념이 실제 공간과 콘텐츠로 구현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로봇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로 소비되지 않는다. 적어도 이 공간에서는 이미 무대 위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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