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국민배당금' 이슈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앞서 해외에서 언급된 로봇세, 데이터세 등 새로운 세금 항목 개설과 유사한 개념으로 의미가 와전되면서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것이다. 'AI 국민배당금' 이슈의 경우 이익 확대로 인한 초과 세수의 활용방안인 반면 해외에서 언급된 내용은 새로운 세금 항목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까지 해외에서도 AI 기술 덕에 발생한 초과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별도의 세금 항목을 만든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현실 가능성이 희박한 사안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AI發 초과 세수 국민 위해 쓸 것" 김용범 실장 발언 두고 "세금 더 걷나" 의미 와전 논란
정치권, 정부 등에 따르면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개념의 '국민배당금제' 도입을 언급했다. AI 기술 발전에 따른 성과는 오로지 기업의 힘만으로 일군 게 아니라는 이유였다. 김 실장은 지난 12일 개인 페이스북 계정 통해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다"며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으로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초과 세수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으로 청년 창업 자산 지원, 농어촌 기본소득 및 노령연금 확충 등을 제시했다. 벤치마킹 모델로는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했던 사례처럼 한국형 '국민배당금' 제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과 세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국민배당금은 허황된 얘기가 될 것이다"며 "아무 원칙도 없이 그 초과 이익의 과실을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더 무책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내용만 놓고 보면 '기업의 이익이 늘어 세수가 늘면 이를 국민에게 사용하자'는 당연한 이야기였음에도 이번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성과급 규모를 둘러싼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 이슈와 맞물려 기업의 성과급 개념과 마찬가지로 추가로 세금 항목을 만들거나 세율을 올려 세금을 더 걷는다는 식으로 의미가 와전돼 전파된 탓이다. 심지어 정부가 반도체 기업의 이익 배분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뜬구름 소문까지 퍼지면서 주요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코스피 지수도 장중 5% 이상 급락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들도 한국 정부 고위 인사의 발언을 증시 변동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서도 비판을 쏟아내자 최초 발언과 전혀 다른 의미의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실장은 "기업 이익에 새로운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AI 산업 호황으로 자연스럽게 증가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취지였다"며 당초 발언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김 실장의 발언은 AI 부문의 초과 이윤에서 비롯된 국가 세수를 국민에게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미였다"며 세금 항목을 추가로 만든다는 와전된 소문의 확산을 원천 차단하고 나섰다.
"AI 국민배당금 핵심은 잘 쓰겠다는 것…추가 세금 항목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현실 가능성이 희박한 사안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규정지었다. 헌법 원칙이나 시장 권리 상 새로운 세금 제도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해외에서도 AI 기술 확산에 따른 초과 이윤의 사회적 환원 주장이 확산되면서 로봇세(Robot Tax), 데이터세(Data Tax), 디지털서비스세(DST) 등의 새로운 세금 도입까지 언급됐지만 정작 현실화 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과거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 기업 이익이 증가한다면 로봇 활용 기업에도 인간 노동자와 유사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로봇세' 도입을 주장했다. 자동화로 발생하는 초과 수익의 일부를 징수할 추가 세금 제도를 마련해 실직 노동자의 재교육과 사회 안전망 구축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앞서 브루킹스 연구소 역시 AI 확산에 따른 디지털 과세 체계를 마련해 초국경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세를 확대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세금 항목을 마련할 수 없는 이유를 요목조목 들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사기업의 경영 활동에서 정상 이윤과 초과 이윤을 구분할 법적·학술적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다"며 "명확한 수치 기준 없이 특정 산업의 수익만을 근거로 별도의 사회 환원책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세법은 과거 15년 내 발생한 손실을 이익으로 우선 차감하는 이월결손금 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에 과거 손실액을 차감하면 과세표준이 낮아져 법인세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며 "AI 기업의 이익 증가가 곧바로 세수 증대로 이어져 국민 배당 재원이 될 것이라는 논리는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별도의 세금 항목을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행위에는 투자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전제가 포함돼 있다"며 "성공에 따른 초과 이윤에 별도의 세금을 걷는다면 반대로 투자 실패로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가 세금으로 이를 보전해 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은 사회화하고 손실은 기업이 전담하는 구조는 시장 경제의 공정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현 한국재정학회장)는 '초과 이득'으로 규정해 환원을 논의하기에는 조세 원칙과 시장 원리 측면에서 검토할 과제가 많다며 현실 가능성 결여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는 "가령 지하자원이라면 국가 영토라는 환경적 토대를 바탕으로 수십 년간 안정적인 채굴과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며 "반면 기술 혁신 산업은 시장 환경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지하자원과 같은 '공유자원' 논리를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책 도입 시에는 산업별 이익의 성격과 창출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단편적인 실적 예상에 기대기보다 시장의 변동성을 충분히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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