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유명 유튜버를 납치하고 살해하려 한 일당이 1심에서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살인미수와 공동감금 등 혐의를 받는 일당 중에 한 명인 30대 남성이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계획적 범행과 잔혹성… 1심서 징역 30년·25년 중형
인천지법 형사13부(김기풍 부장판사)는 15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강도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26)에게 징역 30년을, 공범 B 씨(24)에게는 징역 25년을 각각 선고했다. 아울러 범행에 쓰인 차량과 도구 등을 제공해 이들의 범행을 도운 혐의(강도상해방조)로 함께 기소된 C 씨(37)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피해자에게 진 채무를 면탈하고 금품을 강취하기 위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범행 장소 선정부터 납치와 폭행 수법, 재산 은닉 및 사체 유기 방법까지 사전에 철저히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과정의 잔혹성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야구방망이 등을 사용해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가격했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두개골 골절과 실신 등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참혹한 부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고인들이 객관적인 증거가 제시될 때만 범행을 일부 인정하거나 허위 진술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 점 등 범행 후의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고 보았다.
계약금 환불 요구에 유인… 200km 끌고 가 살해 시도
사건은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10시 40분경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중고차 딜러였던 A 씨 등은 고급 SUV 차량의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던 구독자 100만 명의 유튜버 ‘수탉’을 유인한 뒤 둔기로 폭행해 차에 태웠다. 이후 약 200km를 이동해 충남 금산군의 한 공원묘지 주차장까지 피해자를 끌고 가 살해하려 했으나 신고를 받고 추적 중이던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당시 피해자는 납치 직전 위험을 감지하고 경찰에 직접 신고를 했으며 경찰은 공조 수사를 통해 신고 4시간 만인 이튿날 새벽 이들을 검거했다. 피해자는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함께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피고인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이뤄지지 않은 점이 양형에 반영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주범 격인 A 씨와 B 씨에게 무기징역을, C 씨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법원은 범행의 계획성과 피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공포와 폭력의 결합 ‘납치 범죄’, 법정형 무겁고 피해 회복 불가능해
현행법상 납치란 타인의 의사에 반해 그를 일정한 장소로 끌고 가거나 특정 장소를 벗어나지 못하게 함으로써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형법은 이를 ‘약취와 유인의 죄’로 규정해 엄격히 처벌하고 있으며 범행의 목적이나 결과에 따라 처벌 수위가 가중된다. 특히 이번 송도 유튜버 사건처럼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납치는 ‘강도’와 결합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돼 더욱 무거운 형량에 처해진다.
납치 범죄가 다른 강력 범죄보다 더 위험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극도의 심리적 공포와 2차 범죄로의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납치는 대개 감금, 폭행, 협박을 동반하며, 범인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살인이나 사체 유기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사 기관 관계자들은 납치가 일단 발생하면 범죄의 주도권이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골든타임 내에 피해자를 구조하지 못할 경우 생존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경고한다.
최근의 납치 범죄는 무차별적인 범행보다는 특정 대상을 노린 ‘표적형’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나 방송을 통해 경제적 여유가 드러난 유명인이나 고수익을 올리는 자산가가 주요 표적이 된다. 범인들은 피해자의 동선을 수일간 관찰하거나 가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해 유인하는 등 매우 지능적이고 계획적인 수법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차량, 통신 기기, 각종 둔기 등이 동원되며 조직적인 공조 체계를 갖춰 범행을 실행에 옮긴다.
피해자가 입는 상처는 신체적인 부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납치 생존자들은 사건 이후에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다. 언제 어디서 다시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타인에 대한 극심한 불신은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한다. 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징역 25년에서 3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배경에는 이러한 범죄의 반인륜성과 피해자의 회복 불가능한 고통이 깊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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