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정오 경기 성남 판교역 광장. 한낮의 폭염 아래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통산 유일의 200승 투수, 36년을 기자로 산 전직 KBS 스포츠 기자, 그리고 중소 게임사 이사와 시민단체 사무총장이 단상에 올랐다.
이 자리는 '디지털 주권회복 시민위원회'와 '게임산업정상화 캠페인 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시민 문화 캠페인. 무대 위 사회자는 "뒤에 탈을 쓰고 있는 친구들이 벌써 지쳐 쓰러지고 있다"며 진행을 재촉했다.
"4년간 10조 원이 빠져나갔다"
첫 연사로 나선 배재성 한강 와이엠씨에이(YMCA) 이사는 "KBS에서 36년간 기자 생활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구글이 4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인앱결제 수수료로 가져간 게 10조 원"이라며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리대금도 요새 20~30%면 법적 제재를 받는데, 구글은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며 "봉이 김선달보다도 고리대금 업자에 가깝다"고 했다. 이어 "구글이 세상을 통하는 문이기 때문에 그렇다"면서도 "그렇다고 30%는 과다하다. 영국, 유럽, 미국에서 30% 수수료에 대한 법적 투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조용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도 선거 공약으로 분명히 짚었고 최민희 위원장도 약속을 했다. 30%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무능한 정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송진우의 등판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된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인물은 의외였다. KBO 리그 유일한 통산 200승 투수이며, 그 외에도 통산 최다승, 최다 이닝을 기록한 송진우 전 한화 이글스 투수. 그는 "저는 게임을 하지는 않는데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좀 한 적이 있다"며 프로토스 유저 시절을 회상했다. "후배 선수와 간식 내기도 한 기억이 떠오른다. 게임은 취미이자 여가 생활"이라고 했다.
본론은 1999년 한화 우승 직후 그가 회장을 맡았던 선수협의회 결성기였다. "선수들이 불공정한 거래를 받고 있었고, 계약서도 일본 계약서를 그대로 가져와 한문으로 거의 다 되어 있어 선수가 모르는 상태였다"고 회고한 송 전 투수는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큰 기득권 세력이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 게임사 "남은 것은 대형 게임사들의 결단"
스마일메카 김지영 이사로 소개된 한 연사는 "지난 10여 년간 구글과 애플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최대 30%에 달하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강제해 왔다"며 "지난 수년 동안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발생한 인앱결제 수수료 피해는 약 10조 원에 이른다"고 했다.
이어 "이미 약 250여 개 중소 게임사들이 구글, 애플을 상대로 집단 조정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가장 어려운 위치에 있는 이들이 먼저 나서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대형 게임사들의 결단"이라고 호소했다. "여러분의 개발자들이 밤낮 없이 만든 콘텐츠와 이용자들이 지불한 매출의 30%를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계속 넘기는 구조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더 이상 침묵하지 말아 주십시오."
용·다리·통행료... 우화로 그린 구글 수수료 30%
이날 캠페인은 연사 발언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사회자는 '토끼와 거북이처럼 사이 좋은 숲속 동물들'이라는 우화를 직접 구연했다. 강 위 다리를 지키며 동물들에게 통행료로 열매를 거두던 용이, 작은 동물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사과하며 다리를 다시 연다는 줄거리였다. 거대 플랫폼과 중소 개발사 관계를 빗댄 연출이라는 사실은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문화 무대도 함께였다. 첼리스트 윤솔지(숙명여대 석사)의 독주가 무대를 열었고, 베이스 바리톤 김지석(뉴욕 매네스 음대 졸업)이 '청산에 살리라', '희망의 나라로' 두 곡을 불렀다. 사회자는 송 전 투수의 사인볼 7개를 객석에 나눠줬는데, 받은 관객들은 '내 돈 찾아오기 캠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누구를 위한 기관이냐', '유저 권리 회복 캠페인' 같은 문구가 적힌 보드를 일제히 들어 올렸다.
"디지털 식민지를 거부한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이경일 디지털 주권 회복 시민위원회 사무총장은 '빅테크(Big Tech) 기업의 디지털 식민지를 거부한다 - 30%의 사슬을 끊고 공정의 시대로'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낭독했다. 그는 "지난 4년간 국내에서 유출된 누적 피해 규모는 무려 10조 원에 달한다"며 "환수될 배상금은 마땅히 1만 7천여 개발사와 2700만 명에 이르는 이용자들에게 공정하게 환원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형 게임사들에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보복을 우려해 뒤에 숨지 말고 손해배상 소송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정부와 국회에는 "디지털 선도국의 위상에 걸맞은 강력한 정책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업계가 적정 수수료로 주장해 온 것은 4~6% 정도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 방식의 강제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 운영사들이 개발사들에 인앱결제 혹은 인앱결제 시스템 내 제3자 결제 방식만을 허용하고, 외부링크를 통한 웹에서의 결제는 철저히 차단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우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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