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내 이혼은 줄고 있지만 노년층 부부의 결별은 오히려 늘고 있다. 오랜 결혼생활 끝에 뒤늦게 각자의 삶을 선택하는 이른바 ‘황혼 이혼’이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특히 과거에는 자녀 양육이나 생계 문제 때문에 이혼을 미뤘던 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누적된 갈등이 한꺼번에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8만8130건으로 6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60세 이상 부부의 이혼은 1만3743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전체 이혼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도 15.6%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혼인 기간이 긴 부부의 이혼 증가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 가운데 결혼생활이 30년 이상 지속된 사례 비중은 17.7%로 가장 높았다. 평균 이혼 연령 역시 남성 51세, 여성 47.7세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공개한 상담 통계를 보면 2024년 상담소를 찾아 이혼 문제를 상담한 사람은 5065명이었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 여성 비중은 22%로 20년 전보다 크게 늘었고, 60대 이상 남성 비율 역시 가파르게 증가했다. 남성 상담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60대 이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상담 사례를 보면 노년층 여성은 배우자의 폭력과 학대를 가장 많이 호소했다. 혼인 초반부터 폭언과 폭행을 겪었지만 어린 자녀를 돌봐야 했고 경제적으로도 자립이 어려워 오랜 기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다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자녀가 성장하고 생활 여건이 나아지면서 늦게나마 관계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노년 남성은 장기간 별거나 배우자의 가출을 주요 갈등 원인으로 언급했다. 은퇴 이후 경제적 역할이 줄어든 상황에서 부부 사이 거리감이 커졌고 배우자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소외감을 느낀다는 호소도 적지 않았다. 재산 분할 이후 생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혼을 망설이는 사례 역시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청은 고령인구 증가를 30년차 이상 부부 황혼 이혼의 원인으로 진단한 반면, 상담소와 관련 상담사례 연구는 황혼 이혼을 장기간 누적된 관계 문제의 표출로 봤다.
상담소 측은 “노년층에서도 가정 내 폭력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며 “혼인 초부터 남편에게 폭력을 당했으나 자녀들이 어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젊었을 땐 적극적으로 이혼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여성 상담자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경우 “장기간 별거와 아내의 가출이 노년 남성층에서 주된 이혼 사유”라며 “자신이 평생 일해 가정을 부양했음에도 계속해서 생활비 부담을 부과했다는 것이 노년 남성의 호소였다”고 언급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