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정 없어” 제자들도 서운…스승의 날 케이크 한 입도 못 먹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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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정 없어” 제자들도 서운…스승의 날 케이크 한 입도 못 먹은 선생님

위키트리 2026-05-15 15:1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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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케이크를 단 한 입도 대지 못한 채 32개 조각으로 쪼개어 학생들에게 되돌려준 현직 교사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교육계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이 준비한 케이크를 32등분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한 입도 못 먹은 선생님의 사연이 SNS에 올라왔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직 교사 A 씨는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스레드에 "이게 진짜 요즘 학교 현장의 현실"이라는 문구와 함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얇고 잘게 조각난 케이크 사진을 게시했다. A 씨는 지난해 스승의 날 당시에 학급 학생들이 자신을 위해 깜짝 파티를 기획하고 케이크를 선물했던 일화를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당시 아이들의 진심 어린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아 가슴이 뭉클했으나, 엄격한 법적 규정 탓에 정작 선물 받은 케이크를 직접 먹을 수는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당시 A 씨는 학생들에게 "고마워. 마음만 받을게"라고 감사의 뜻을 전하며 양해를 구한 뒤, 학급 전체 학생 수에 맞춰 케이크를 정확히 32등분해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이에 제자들은 "선생님은 왜 안 드시느냐", "그런 게 어디 있나. 너무 정이 없다"며 안타까움과 서운함을 동시에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 사진을 공유하며 감사와 존경의 의미가 법적 잣대에 가로막힌 교실의 풍경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직무 관련성 앞엔 소액 선물도 금지…'김영란법'의 벽

이러한 상황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학교 현장에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에 따르면 학생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고 지도하는 담임교사나 교과 담당 교사는 학생 및 학부모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액과 상관없이 어떠한 소액 선물도 수수할 수 없다.

스승의 날을 위해 편지와 케이크를 준비한 학생들과 받지 않는 선생님. AI로 생성한 자료사진.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5만 원 이하의 선물 규정 또한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는 예외다. 학생 대표 등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건네는 카네이션 한 송이나 직접 쓴 손편지, 카드 정도만 시기와 장소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허용될 뿐이다. 심지어 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5만 원 이하의 케이크나 선물을 준비하는 행위조차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 현장 교사들은 법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학생들의 성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근 경북교육청이 교사 업무 포털에 게시했던 청탁금지법 안내 지침 또한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해당 교육청은 '헷갈리는 청탁금지법 완벽 정리'라는 배너를 통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케이크 파티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교사가 케이크를 함께 먹거나 전달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이를 두고 교사들 사이에서는 "스승의 날에 정작 스승만 소외되는 파티가 교육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고 교육청은 결국 해당 배너를 삭제했다.

"정까지 사라진 느낌" 씁쓸한 교실 풍경과 신고 공포

교직 사회 내부에서는 법 위반 신고에 대한 이른바 '신고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SNS상에는 A 씨의 사연에 공감하는 다른 교사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한 교사는 "나만 이러는 게 아니었다"며 케이크를 조각낸 사진을 공유했고 또 다른 교사들은 "사진만 찍고 그대로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나는 36등분까지 해봤다", "말도 안 되게 각박해졌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해관계가 종료된 전년도 담임교사에게는 5만 원 이하의 선물이 가능하고, 졸업생의 경우 은사에게 100만 원 이내의 선물을 할 수 있다는 보충 설명을 내놓고 있으나, 현행 학습 지도 중인 관계에서는 여전히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이로 인해 교실 내에서 사제 간의 정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위축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존경의 상징에서 법적 경계로… ‘민족의 스승’ 탄신일에 되짚어본 스승의 날

매년 5월 15일은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를 높이고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인 ‘스승의 날’이다. 이 날의 유래는 195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8년 충청남도 강경 지역의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퇴직하거나 병중에 있는 스승을 찾아 위문 활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1963년 제1회 스승의 날이 공식 지정됐으며, 1965년부터는 민족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해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스승의 날은 한때 제자들이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정성 어린 선물을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하지만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교실 안의 풍경은 획기적으로 변했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담임교사와 교과 담당 교사에게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소액의 선물조차 제공할 수 없게 되면서, 순수한 감사의 표시가 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차가운 법적 잣대로 평가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스승의 날은 갈등과 성찰의 지점에 서 있다. 앞서 언급된 ‘케이크 32등분’ 사연처럼 법적 논란을 피하려는 교사들의 고육지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권 추락에 대한 교육 현장의 피로감도 극에 달한 상태다. 최근 많은 학교가 학부모의 방문으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거나 교사들의 사기 저하를 고려해 스승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고 학교 문을 닫는 사례가 일반화됐다.

특히 2026년의 제45회 스승의 날은 교육계의 진통이 고스란히 드러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주요 교원 단체들이 정부 주관 공식 기념식에 일제히 불참하며 교사 시민권 회복과 실질적인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스승의 날이 단순한 축하의 날을 넘어 한국 교육 시스템 내에서의 교사 처우와 교권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점이 됐음을 시사한다. 세종대왕의 탄신을 기리며 제정된 ‘민족의 스승’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무색하게도, 현실의 교사들은 법적 규제와 사회적 압박 속에서 제자들이 건넨 케이크 한 조각조차 마음 편히 나누지 못하는 각박한 환경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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