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라 더봄] 사라짐의 미학으로 빚어낸 앤디 골드스워디 '스톰 킹 아트 센터의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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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라 더봄] 사라짐의 미학으로 빚어낸 앤디 골드스워디 '스톰 킹 아트 센터의 담'

여성경제신문 2026-05-15 15:00:00 신고

Storm King Wall, Andy Goldsworthy 152, 69448.7cm /courtesy of Storm King Art Center. NY
Storm King Wall, Andy Goldsworthy 152, 69448.7cm /courtesy of Storm King Art Center. NY

삶의 많은 것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

대지예술 작가 앤디 골드스워디(Andy Goldsworthy, British, 1956~) 연작을 3회에 걸쳐 이야기하며 스톰 킹 아트 센터의 담(Storm king Art Center, Storm King Wall, 1997~1998년)을 소개한다. 미국에서 영구적인 작품을 위한 골드스워디의 첫 번째 작품이자 현재까지 가장 큰 단일 설치물인 스톰킹 월은 그의 자연 기반 방법론과 영국 농업 전통의 영향을 잘 보여준다.

앤디는 인위적인 경계를 세우는 전통적인 담장의 개념을 깨고 자연과의 공존 및 순응의 메시지를 말하고 있다. 보통의 전통적인 담은 인간의 영역을 구획하고 자연을 지배하기 위해 직선으로 세워지게 마련이다. 그것은 무언가를 가로막고 차단하며 인위적으로 영역을 한정한다. 그 벽은 단절이고 몰이해며 분열을 조장한다.

때로는 폭력적으로 주변을 위압하고 허풍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안정과 보호라는 긍정적 가치는 사회가 다변화하고 계층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높아지고 공간의 분리 및 영역화 속에서 단절의 상징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앤디의 담은 그것과는 상반된 의미다.

/Courtesy of Tammy Tour Guide
/Courtesy of Tammy Tour Guide

인위적 경계를 허물고 자연에 순응하다

그는 스톰 킹의 의뢰를 받고 담이 세워질 공간을 살펴보며 그곳의 시간을 되짚어 보고 남겨진 잔해 속에서 역사를 추리하고 되살려 현재의 시간으로 통합시키는 시도를 하였다.

담의 일부 섹션은 앤디가 스톰 킹의 동쪽 경계에 있는 숲에서 발견한 오래된 농장 벽의 잔해 위에 남겨진 옛 집에서 찾은 부서진 돌담을 연결하여 이미 존재했던 선을 찾아 새로운 선을 만들어 가는 작업을 했다.

거의 0.5마일에 달하는 돌담은 나무들 사이를 따라 거친 뱀을 추격하는 것처럼 작은 호수로 사라지다가 반대편으로 다시 나타나서 곧게 뻗어 맞은편 땅의 경계인 고속도로에서 막다른 골목에 이를 때까지 행진을 계속한다.

“이 작업은 흥미롭고 나는 바위의 윤곽·강 가장자리·나뭇가지의 성장·집으로부터 멀어진 공간을 탐험하고 따라가는 선을 만들었다. 단순히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한 장소를 통해 흐르는 변화·움직임·성장 및 쇠퇴를 그리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경계는 해체되고 막힘은 이어짐이 된다. 스코틀랜드의 전통 돌 쌓기 명장들과 함께 작업하며 앤디는 영국 시골의 돌담을 “풍경의 살아있는 일부”라고 불렀다. 어쩌면 돌집의 잔해들 속에서 초기 미국 이민 시대 영국인들의 전통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공간의 역사와 흐름을 잇는 살아있는 선

그는 실제로 이러한 벽은 현재와 그곳이 있는 모든 장소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숲을 몰래 통과하는 스톰 킹 월은 원래 길이가 750피트에 불과한 것으로 계획되었었다. 그러나 처음에 계획된 목표 지점에 도달했을 때 큰 참나무 기슭에서 담이 인근 연못까지 계속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앤디는 다시 벽의 궤적을 확장하여 연못 반대편에서 나와 뉴욕주 고속도로의 스톰 킹 서쪽 경계까지 오르막길을 이어가며 전체 길이가 2278피트에 달했다. 최대 약 5피트 높이까지 올라간 이 작품은 작가가 선택한 길을 따라 씨앗에서 묘목·성숙기까지 자라는 나무들을 원래의 낡은 벽과 나란히 따라 일렬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앤디는 이 나무들이 자라면서 농장 벽이 천천히 무너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추측했는데 이 때문에 그는 새 벽을 사용해 나무들과 나란히 세우기보다는 나무들 사이를 피해 구불구불한 길을 선택했다.

“좋은 벽이 그려지고 그것이 지나가는 풍경을 표현했다”라고 말하며 억압받지 않는 풍경은 열리고 드러난다. 돌 쌓기 장인들은 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어떤 종류의 돌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두툼한 기초석·벽의 중간 부분을 위한 더 작고 둥근 돌·큰 스루 스톤 그리고 최상층을 위한 평평한 캡 스톤이다. 팀은 돌 하나를 다른 돌 위에 올리고 각각의 돌을 직접 다듬고 형태를 만들어 가며 담을 세웠다.

/courtesy of Storm King Art Center
/courtesy of Storm King Art Center

또한 1579t의 야전석을 고정하는 데 콘크리트와 몰탈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돌들은 벽 자체만큼이나 매혹적일 수 있다”라고 그는 말한다. 남겨진 돌을 다시 사용하고 공간에 축적된 과거의 흔적을 현재와 연결해 부활시키고 재생하여 현상화하는 작업은 결국 그것 또한 자연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제를 품고 있다. 담은 물리적 경계의 기능을 하면서 살아 있는 풍경의 일부로 존재하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공간 속에서 이어 준다.

무너짐과 소멸조차 예술이 되는 자연의 순환

담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나무와 지형의 배치에 맞추어 몸을 굽히며 자연에 온전히 순응한다. 초원과 나무·호수와 어우러지며 새로운 자연의 일부로 동화되는 연결의 형식을 보여 준다. 또한 과거의 농업 역사와 시간의 흐름을 현재로 불러오고 뱀처럼 굽이치는 곡선은 대지 위를 흐르는 생명력과 에너지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연못을 가로질러 가는 듯한 선은 단절되거나 되돌아가지 않는 시간의 흐름처럼 읽힌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에 담긴 인간의 역사와 그 시대의 의미들 또한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는 한시적인 것임을 그는 예감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영원성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나타나는 현상 자체에 집중한다. 그의 작업은 시간의 무상함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깊은 명상을 담고 있다.

/courtesy of Storm King Art Center
/courtesy of Storm King Art Center

담은 영구적이고 고정적인 기념물이 아닌 것을 그는 안다. 나무의 뿌리와 환경 변화로 인해 결국 붕괴할 것이라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 주변 환경의 움직임과 담의 관계를 경험의 새로운 방식을 장려하는 “실현되었지만 쓸모없는” 경계로 간주한다. 삶의 이면에 존재하는 덧없음과 순환의 의미를 조용히 제안하고 있다.

영원성보다 찰나의 현상에 집중하는 대지예술

앤디의 작품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에 불러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또한 사라져 가는 덧없음과 일시성을 이야기한다. 얼음은 녹고 낙엽은 바람에 날아가며 모래성은 파도에 씻겨 간다. 그의 작품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파괴되고 소멸하는 과정 자체를 예술 작업을 통해 끈질기게 드러낸다. 그는 의미는 단지 작품이 살아 움직이는 순간에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자연의 힘을 창작의 동력으로 삼지만 자연을 통제하거나 변형하려 하지 않는다. 오직 대지가 제공하는 도구를 사용하고 현장에서 얻은 재료만으로 작업한다. 특정한 장소의 지형과 기후·역사적 맥락을 따라 그 장소가 지닌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증폭시키며 자연의 탄생·성장·쇠퇴와 죽음의 순환 과정을 탐구한다.

돌담을 허물고 다시 쌓는 행위 또한 자연의 순환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는 그의 신념에 기반한 앤디 골드스워디만의 방식이다.

대지예술= 1960년대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된 현대미술의 한 흐름이다. 미술관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산·사막·해변 등 자연을 캔버스나 재료로 삼는다. 작품을 거대하게 만들거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멸하도록 설계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 시간의 흐름을 성찰하게 한다.

여성경제신문 윤세라 Glenstone Museum 근무
lovelysarah0613@gmail.com

윤세라 Glenstone Museum 근무

한양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교육심리를 부전공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재직 중 1997년 도미하여 Northern Virginia Community College(NOVA)와 조지타운, 조지 워싱턴, 조지 메이슨 대학교에서 미술사와 지질학 등을 수학했다. NOVA 지질학 랩(Geology Lab) 연구 부교수와 메릴랜드 포토맥의 글렌스톤 뮤지엄(Glenstone Museum)에서 근무하며 학술과 예술을 넘나드는 전문성을 쌓았다. 2023년 귀국 후 설악산 한계령에 농업회사법인 모란재를 설립했으며, 현재 자연과 농업, 전통과 예술을 결합한 뮤지움을 기획함과 동시에 Upper East 전시기획사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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