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장단의 대국민 사과와 파업 철회 호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최전선에 선 국가대표 기업이 내부 갈등으로 인한 자멸적 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한국 경제의 심장부인 삼성전자에서 들려오는 파업의 함성은 당혹감을 넘어 참담함을 자아낸다.
전영현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단 전원이 고개를 숙이며 '운명공동체'를 호소했으나, 노조는 이를 외면한 채 '강 대 강' 대치를 선택했다. 이는 단순히 노사 간의 협상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의 명운이 걸린 생태계 전체를 인질로 잡는 '조직적 이기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플라톤의 '국가'에는 '국가라는 배'(Ship of State)의 비유가 등장한다. 선원들이 서로 키를 잡겠다고 다투는 사이, 배는 풍랑 속에서 방향을 잃고 난파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 이와 다르지 않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빅테크들의 무한 경쟁 속에서, 내부 구성원들이 '성과급 배분'이라는 전리품에만 매몰되어 거센 풍랑을 외면하는 형국이다.
'좌전'(左傳)에 나오는 '순망치한'(唇亡齒寒)의 교훈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기업이라는 입술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어 허물어지면, 노동자라는 이는 결코 온전할 수 없다.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 고정 배분'은 기업의 투자 여력과 미래 생존을 도외시한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특히 비공개 중재 회의 내용을 녹취해 언론에 공개한 행위는 노사 간의 최소한의 신뢰마저 저버린 '게임의 법칙' 위반이다. 이는 도덕적 우위를 점해야 할 노동운동이 스스로의 명분을 갉아먹는 '자악수'(自惡手)에 불과하다.
시장은 냉혹하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과 글로벌 투자업계는 이번 파업이 HBM 등 핵심 메모리 공급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경고등을 켜고 있다. 단 하루의 공정 중단으로도 수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노조의 파업 강행은 고객사의 신뢰를 저버리는 비가역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노동자의 이익 추구가 전체 시스템의 파멸을 불러오는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이 삼성전자라는 울타리 안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시사하며 압박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가 지닌 휘발성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공권력에 의한 강제 해결에 앞서 노조의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신들이 누리는 처우가 사회 전반의 기준에서 최상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오직 '더 많은 파이'만을 외치는 모습은 대중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지금은 '누가 더 많이 가질 것인가'를 다툴 때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다. 노조가 진정으로 회사를 가족이자 운명공동체로 생각한다면, 명분 없는 파업의 깃발을 내리고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 국가 경제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멈춰 세우는 대가는 결국 노사 모두, 나아가 국민 전체가 짊어지게 될 운명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적 리스크로 확산됐다. '나만 살자'는 식의 투쟁이 결국 '모두가 죽는' 결말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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