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카카오가 계열사를 87개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공식화한 가운데, 단순 비용 절감보다 ‘규제 리스크 최소화’ 전략이라는 데 무게감이 실린다. 과거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몸집을 키웠던 카카오가 이제는 복잡한 지배구조와 다수의 계열사 구조를 부담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카카오의 이번 전략 변화가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플랫폼 기업의 시대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종환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 연결 자회사를 93개까지 줄였고, 게임 계열사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87개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표면적인 이유는 ‘지배구조 단순화’지만,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사실상 ‘규제를 피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포털 ‘다음’ 매각 역시 같은 흐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카카오는 한때 플랫폼 업계의 대표적인 확장 기업이었다. 메신저 기반 트래픽을 바탕으로 게임·모빌리티·커머스·콘텐츠·헬스케어·금융 등으로 빠르게 사업을 넓혔다. 문제는 확장 속도가 빨랐던 만큼 규제와 정치권 견제도 함께 커졌다는 점이다. 플랫폼 독점 논란과 골목상권 침해 비판이 반복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의 감시 강도 역시 높아졌다.
특히 2021년 이후 플랫폼 규제 기조가 강화되면서 카카오 내부에서도 ‘확장 자체가 리스크’라는 인식이 커졌다. 실제로 택시 호출, 미용실 예약, 꽃 배달, 간식 배송 등 생활 밀착형 사업이 잇따라 논란이 됐고, 정치권에서는 ‘문어발 확장’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후 카카오는 일부 사업 철수와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기업 이미지 자체가 규제 타깃이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카카오가 지배구조 단순화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공정거래 규제 부담도 자리 잡고 있다. 계열사가 많을수록 공시 의무와 내부거래 규제 범위가 확대되고,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나 기업집단 감시 대상 영역도 넓어져서다. 특히 플랫폼 기업은 전통적인 제조 기반 대기업과 달리 사업 경계가 모호해 신규 서비스 출시 때마다 시장 지배력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최근 보여주는 전략 변화가 과거 ‘성장 우선’과는 정반대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 예전에는 시장 선점을 위해 계열사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했다면, 이제는 규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카카오는 비핵심 사업 정리와 함께 자회사 중복 구조를 축소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가 일부 계열사에서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으려는 움직임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신 CFO는 카카오헬스케어와 게임 사업 재편과 관련해 ‘최대주주에서는 물러나지만 소수 지분은 유지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 투자 회수라기보다 경영 책임과 규제 부담은 줄이고, 재무적 이익 가능성은 유지하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특히 게임 분야에서는 카카오게임즈 중심 구조를 단순화하려는 모양새다. 게임 업계에서는 최근 자회사 중복 상장과 복잡한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카카오 역시 ‘몸집 줄이기’를 통해 투자자 신뢰 회복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카카오의 전략 변화가 구조조정을 넘어 ‘플랫폼 기업의 시대 변화’를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플랫폼 기업들이 ‘확장성’ 자체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면, 이제는 정부 당국의 규제와 거리가 먼 것이 더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계열사가 많을수록 혁신 기업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규제 리스크와 내부 통제 부담을 키우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결국 카카오의 선택은 성장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둔 전략 전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콘텐츠·광고 등 핵심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규제 민감도가 높은 영역은 줄여나가는 방향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카카오가 추가적인 계열사 정리와 함께 ‘지주형 플랫폼’ 구조를 더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지난 1년간 중장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그룹 역량의 밀도를 높이는데 주력해 왔다”며 “이 과정에서 147개에 달하던 계열사를 93개(5월 1일 기준)로 재편하면서 경영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연결 제외 절차가 마무리되면 87개 수준으로 축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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