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가족과 전화 한 통 못했습니다. 보호소에 사정했으나 '전화 가능 시간이 아니다'란 답이 전부였습니다. 고통스럽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합니까? 보호소엔 인권이란 게 없나요?"
지난달 초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만난 로빈(34) 씨가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호소에 갇힌지 열흘째인 지난해 10월 10일, 아버지 부고 소식을 들은 때를 떠올리면서였다.
당시 화성외국인보호소는 '가족과 통화하게 해달라'는 로빈 씨의 호소를 듣고도 그의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다. 구금자들은 1주일에 1시간씩 2번, 지정된 요일에만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데, 이 통신 허가 시간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로빈 씨는 "심장이 아파서 가슴을 부여잡았다"며 "세상이 끝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로빈 씨는 4일가량 후 통신 허가 시간에 가족과 통화할 수 있었다. 그는 그제야 어머니와 통화하며 슬픔을 나눴다.
한 달여 뒤인 11월 28일 로빈 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을 접수한 이유다. 그는 진정서에서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매우 힘들어하는 어머니는 나의 위로와 지지가 매우 필요하지만, 그걸 할 수가 없다"며 "모든 사람은, 심지어 범죄자조차 인도주의에 따라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볼 기회를 받지만, 보호소는 허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국인보호소의 통신권 침해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불과 4년 전까진 구금 외국인들은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아예 사용하지 못했다. 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문제가 서서히 공론화되면서, 일부 시설만 제한적으로 휴대전화 및 컴퓨터 사용을 허가하기 시작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도 2022년경부터 휴대전화와 컴퓨터 사용을 허가했다. 지금은 1주일에 1시간씩 2번, 지정된 요일과 컴퓨터가 설치된 지정된 장소에서만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해준다. 와이파이는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아내 얼굴만이라도…" 카메라 금지 철회 호소
급기야 지난 2월 28일 화성외국인보호서에선 구금자 사이에서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극도로 제한된 통신 시간에 더해 휴대전화 카메라 사용까지 금지되자 벌어진 일이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지난 1월 말 보안을 이유로 갑자기 카메라 사용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독방 감호 등 징계를 받는다.
서명엔 28명가량이 참여했다. 이들은 "일주일 168시간 중 2시간만 집사람(아내)과 휴대전화로 얼굴을 볼 기회가 있다"며 "우린 보호소 규칙을 존중하고 지키고 싶고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나, 보호소에서 휴대전화를 쓰는데 어떤 보안을 위반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쓰는 휴대전화는 유일하게 아내와 만날 수 있는 도구"라며 "뒷면 렌즈엔 (차단) 스티커를 붙여도 괜찮다. 앞면만은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또 "그저 매주 2시간 아내와 전화를 들고 얼굴 맞대며 통화만 하고 싶다"고 거듭 요청했다.
서명자 A 씨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통신 사용 시간이 너무 짧아 시작된 서명이었다"며 "직원에게 주면서 '윗사람'(보호소장)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병이 있는 내 어머니는 보호소의 열악한 상황을 아는데, 전화하고 싶은 때 못하니 걱정이 돼 쓰러지기도 했다"며 "얼굴마저 못 보게 되니 더욱 건강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을 보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은 정말 많다"고 호소했다.
사법 심사도 없는 구금시설의 횡포… "명백한 인권침해"
외국인보호소는 체류 비자가 없거나 박탈된 외국인들이 구금(보호)되는 시설로, 강제퇴거 전까지 법무부가 가둬 놓는 곳이다. 사법부 심사를 거치지 않아 구금시설이 아니나, 신체·이동의 자유, 의료권, 통신권 등을 심각히 제한하며 실질적인 교도소처럼 운영해 인권침해 논란이 오랫동안 불거져 왔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제56조 등을 근거로 휴대전화 및 컴퓨터 소지와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시설 안전이나 질서, 피보호자의 안전, 건강, 위생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에는 면회(통화 포함)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외국인보호시설 방문조사 TF 위원이었던 이상현 변호사(공익법 단체 두루)는 통화에서 "'제한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고 규정됐을 뿐더러, 구체적인 위험과 필요성을 따져서 형량하고 사안별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전혀 고려치 않고 기계적이고 행정 편의적으로만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는 외국인보호 제도 취지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구금 외국인 경우 죗값을 치르기 위해 구금된 자가 아니라 출국을 위해 과정을 밟는 이들로서, 비행기표 구매, 짐 정리, 임금체불·산재 문제 처리 등을 신속히 해야 할 이들"이며 "외부와의 소통이 너무 중요해 통신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게 법 취지에 맞다"는 것이다.
부친 사망 때조차 전화를 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이 변호사는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교도소보다도 못한 처우"라고 지적했다. 교도소 수감자는 직계존속 가족이 사망하면 '특별 귀휴' 제도를 통해 5일 이내 외출이 허가된다.
로빈 씨 사건을 조사하는 인권위 조사관은 지난달 27일 통화에서 "지난해 조사가 이뤄져 마무리됐으나, 추가 사실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현재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지난달 28일 △외국인보호소 휴대전화 사용 허가 지침 △통신권 침해 및 인권 침해 △인권위 진정 사건에 대한 입장 등을 법무부에 질의했으나 14일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 아래는 지난 2월 28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들이 작성한 호소문. 오타와 비문을 고치지 않고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일부 오타의 맞는 표기는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지금 화성보호소에 있는 분들입니다. 새로 나온 규정에 따라 이번 신청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알다고 싶이(알다시피) 우리는 지금 이것 저것(난민등) 신청중인 외국인입니다. 여기서 집사람들 면회도 올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 사용 귀정(규정)에 렌즈 앞뒤면에 스티커를 붙인다는 것이 우리들 한테는 엄청 큰 충격입니다. 매주 2일 핸드폰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집사람이랑 영상통화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일주에 168시간 있습니다. 그중 우리는 2시간 밖에 없는 시간으로 집사람이랑 핸드폰으로 얼굴을 마주칠수 있는 기회라서 엄청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호소에 규칙을 존중합니다. 따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보호소 보안을 위해서 핸드폰 렌즈 앞 뒤면을 막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할라고 노력중입니다. 근데 우리는 그냥 다들 보통 사람입니다. 보호에서 핸드폰을 쓰는데 어떤 보안을 위반할 수 있는지 전혀 모릅니다. 보호소눈에서는 구리(우리)들 쓰는 핸드폰이 보호소 보안을 위반할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데 우리들 쓰는 핸드폰은 유일하게 집사람들랑 만날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호소에 부탁하고 싶습니다 뒷면 렌즈에 스티커 붙혀도 괜찬습니다. 앞면만은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동영상든지 사진이든지 찍는것에 관심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매주 2시간 집사람들랑 핸드폰들고 얼굴 맡대며 통화만하고 싶습니다.
앞면 렌즈라도 남겨주시기 바람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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