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한 환영 속 이뤄진 트럼프의 방중, 민감한 현안은 여전히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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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한 환영 속 이뤄진 트럼프의 방중, 민감한 현안은 여전히 남아

BBC News 코리아 2026-05-15 13:07: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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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관계에 놓인 세계 두 초강대국 간 관계를 재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이번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일정의 첫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성대한 환영식을 마련했다.

이날(15일) 인민대회당 밖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한 군 의장대가 줄지어 서 있었고, 예포가 발사되는 가운데 군악대가 미국 국가를 연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아이들에게 인사하고자 2차례 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시 주석과 악수하는 순간에도 몸을 기울여 그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는 등 친근한 제스처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초청한 중국 지도자를 향한 찬사를 아낌없이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다. 나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즉흥적으로 나온 듯한 발언이었다.

이후 15세기 건축물인 '천단'을 둘러보던 중에는 기자들에게 중국은 아름답다고 칭찬했으며, 이날 저녁 만찬 자리에서는 이번 회담이 "소중한" 기회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발언으로 정치적 브랜드를 다져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그야말로 놀라운 하루였다.

일례로 그는 2016년 선거 유세 당시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계속 강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20년에는 중국이 "전례 없던 방식으로 미국을 갈취했다"고 주장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백악관 재입성을 앞두고는 "중국이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며 공언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100%를 넘는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불안정하게나마 휴전 상태가 이어져왔다.

이번 방문의 핵심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휴전이 이어질지, 또 이를 대신할 새로운 합의가 마련될지 여부다.

이 밖에도 과연 중국이 중재 역할에 나설지 주목하게 되는 이란 문제, 미국의 동맹이자 중국이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대만 문제 등을 핵심 쟁점으로 꼽을 수 있다.

아이들의 환영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
EPA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받은 환대에 기뻐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정상 회담이 시작되기에 앞서, 중국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동시에 외부 세계에 자국이 얼마나 개방적임을 보여주고자 화려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정상 회담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국영 매체는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난제일 수 있음을 강조하는 시 주석의 발언을 공개 보도했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이번 행사와 볼거리는 그저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수행한 미국 기업인 30명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는 미국과 전 세계에 생중계될 것임을 아는 자리에서 중국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산하 '미-중 관계센터'의 존 델러리 선임 연구원은 "우리는 역사적인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특정 정상회담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중국이 이제 미국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위치까지 거침없이 부상했다는 현실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이제 세계 제2의 수도입니다."

모두를 위한 쇼

시 주석은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조적으로 안정적인 글로벌 지도자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애쓰고 있다.

중국 경제의 규모가 워낙 막대한 만큼, 캐나다·영국·독일과 같은 전통적인 미 동맹국들을 포함해 수많은 세계 지도자들이 중국과 협상을 맺고자 애쓰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했던 바로 그 상황, 즉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이후 꾸준히 전 세계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을 확대해왔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맞서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 수출을 제한하는 등 자신들의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결국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섰고, 관세율은 떨어졌다.

시 주석은 미국과 전 세계에 이들이 얼마나 중국의 제조업과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 상품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전체 희토류 광물의 90% 이상을 가공하며, 전체 태양광 패널·풍력 터빈·전기차의 약 60~80%를 생산한다.

인권 관련 문제와 러시아·북한과 같은 정권과의 관계 등 중국을 둘러싼 우려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질서를 뒤흔들면서 이러한 문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듯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권력 균형이 점차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로 보기도 한다.

협상카드로서의 이란

시 주석은 현재 이란과 진행 중인 전쟁으로 약화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마주하며 이번 협상에서는 확실히 자국이 우위에 있다고 느낄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며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재개방을 위해 중국의 도움을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란과 수십 년간 관계를 쌓아왔으며, 이란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기도 하다. 만약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나갈 수 있도록 압박할 수 있다면, 시 주석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만찬장에서 악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Getty Images
지난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방중에 앞서 미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에도 이득이 된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중국이 중재 역할에 나선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이미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 도중 대만 문제가 미-중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 주석은 미국 측에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연기나 중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 미국은 법적으로 대만에 방어 수단을 제공할 의무를 지니지만, 대만 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불안하게 지켜볼 것이다.

천단을 둘러보던 자리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오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두 정상 모두 답변을 회피했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동행했던 지난번 방문과는 달리, 이번 방중 일정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론 머스크, 팀 쿡, 젠슨 황 CEO 등 함께 간 기업인들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이며, 이들 모두 만찬에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에 미 기업들의 시장 접근 확대를 요구하는 자리에서 이 기업인들을 중심에 내세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어떤 합의가 도출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성 확대와 중국의 미국 산업 투자 확대 등 양국은 "경제 협력을 증진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또한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보유할 수 없다는 점, 호르무즈 해협은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해 개방된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상황은?

두 정상이 다시 만나는 15일, 더 자세한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자국 유권자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승리를 원할 것이다.

지난 14일 천단을 방문한 시 주석
Getty Images
시 주석은 오는 9월 미국에 초청받았다

시 주석은 양측이 무역과 농업 등의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 쇠고기, 보잉 항공기 구매를 늘릴 준비가 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또한 두 정상은 향후 3년간 양국 관계를 "건설적이고 전략적이며 안정적으로" 끌어나가자는데도 합의했다.

현재 중국은 실업률 상승, 불균등한 경제 성장, 부동산 위기, 천문학적인 지방 정부 부채 등 여러 중대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불만이 있더라도, 우선은 미국과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두 정상이 14일 밤 만찬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바로 여기에 있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례 없는 훌륭한 환대"에 감사하다며, 오는 9월 시 주석을 백악관에 초청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양립할 수 있다고 연설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양국의 미래를 위한 '건배'를 제안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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