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과 석유화학업계가 5월 둘째 주 동시에 실적 개선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사뭇 다르다.
조선사들은 4개월 만에 연간 수주 목표의 절반을 채우며 지속 가능한 슈퍼사이클 기대감을 키웠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1분기 흑자 전환에도 '일시적 반등'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같은 제조업 공급망 안에서 실적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지속성에 대한 평가는 정반대로 갈렸다.
4개월 만에 목표 절반…조선업 수주 질주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4월 108억 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233억 달러)의 46.4%를 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같은 기간 지난해(35.9%)보다 10%포인트 이상 빠른 속도다. LNG선 수주는 23척으로 전년 동기(4척)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삼성중공업도 1~4월 34억 달러를 수주하며 상선 부문 목표의 52.6%를 채웠다. 한화오션은 같은 기간 34.4억 달러를 확보했다. 조선 3사 모두 연간 수주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5220만CGT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한국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유지 중이다. 카타르·미국·호주 등 주요 LNG 생산국의 운반선 발주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주 공백 우려는 사라졌다.
석화도 흑자 전환했지만 '반짝' 우려도
석유화학업계도 1분기 실적 개선 소식을 전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이익 1650억 원 흑자를 기록했고, 롯데케미칼도 735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341억 원 흑자를 냈다.
하지만 증권가는 2분기부터 실적 개선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87억 원으로 1분기(735억 원) 대비 7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석유화학은 2분기 1138억 원으로 1분기 대비 2배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업계 전체로 보면 증설 효과가 반영된 일시적 반등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은 2015년 73%에서 2023년 84%로 올라섰으며 생산 능력은 2020년 대비 30% 이상 확대됐다. 대한상공회의소 '2026년 산업기상도'에서도 조선업은 '맑음', 석유화학업은 '흐림'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나프타분해시설(NCC) 최대 370만 톤 감축을 목표로 한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방안을 내놨다. 같은 해 11월 롯데케미칼의 NCC 110만 톤 가동 중단을 1호 프로젝트로 승인하며 2.1조 원 이상의 지원 패키지를 제공했다.
다만 울산 지역은 에쓰오일 · 한화솔루션 · SK지오센트릭 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올해 3월 제출 기한을 넘겼다. 업계 안팎에서는 "먼저 감축한 기업만 손해를 보고, 버티는 기업은 무임승차하는 구조"라는 비판과 "양적 감축보다 비효율 설비 중심의 질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같은 '흑자'지만 평가 다른 이유는 산업 구조의 차이
업계에서는 최근 흐름을 단순 실적 차이가 아니라 산업 구조 차이로 보고 있다. 조선업은 LNG · 해양플랜트 · 친환경 선박 시장 확대 흐름과 맞물려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한 반면석유화학은 중국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압박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도 해양플랜트와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중심 사업 재편 없이는 장기 생존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같은 제조업 안에서도 누가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리고 있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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