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앤코 하우스가 창조적 주얼리의 세계관을 확립한 시기를 좇다 보면 쟌 슐럼버제(Jean Schlumberger)라는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그는 전례 없는 작품 세계로 티파니앤코 하우스의 혁신을 쌓아 올렸고, 창조물은 티파니앤코의 주얼리 세계관을 확장하는 구심점이 됐다.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도 디자인 스튜디오, 기록 보관소, 커뮤니케이션 부서, 부티크는 물론 임원진까지 그에게 예의와 존경을 표하는 이유다. 앤서니 레드루 CEO는 그를 “티파니앤코 유산의 보석”이라 칭송하는가 하면, 하이 주얼리 수석 아트 디렉터 나탈리 베르데유는 “하우스가 절대적으로 참조하는 존재는 슐럼버제”라며 그의 업적에 경의를 드러냈다. 20세기 가장 재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1956년 티파니앤코와 인연을 맺은 뒤 지금까지 티파니앤코 하우스가 지닌 찬연한 보석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다이아몬드로 구현한 식물, 동물, 직물로 구성한 초현실적 창조물은 하우스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가장 찬란한 이정표다.
The Artist
1907년 프랑스 알자스의 섬유 제조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부터 비범함이 엿보였다. 가업을 잇기를 바란 부모님의 기대와 달리 그는 일찍이 그림에 독보적 재능을 드러냈다. 식물과 곤충, 동물 등 주변의 자연물은 자연스럽게 관찰 대상이 됐다. 20대 초반에는 창의적 열정을 품고 파리로 이주해 쿠튀르 루시앙 드롱 향수 부서에서 일하며 예술적 재능을 다졌고, 이후 파리의 한 미술 출판사에서 일하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그림을 연구하며 탐미적 시각을 구축한 것이다. 독특한 보석을 공급하는 아틀리에 루 드 라 보이에의 오픈은 쟌 슐럼버제가 미적 감각을 발현하는 근원이 됐다. 독학으로 다진 독창적 미감은 곧 초현실주의 패션 디자이너 엘사 스키아파렐리를 매료시켰다. 쟌 슐럼버제의 예술적 천재성을 알아본 그녀는 1937년 단추와 코스튬 주얼리 디자인을 맡겼고, 그는 벼룩시장에서 찾은 도자기 꽃이나 골동품 조각에서 착안해 곤충, 동물, 과일 등을 형상화한 파격적 장신구를 선보였다. 훗날 그가 하이 주얼리 세계의 전설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군대에서 복무한 그는 훗날 뉴욕으로 이주해 동료 니콜라 봉가르와 함께 작은 살롱을 오픈했다. 센트럴 파크 근처에 위치한 그의 매장은 10여 년간 많은 사람을 매료시켰다. 티파니앤코 하우스에 합류한 시기는 50대 무렵이다. 당시 회장이던 월터 호빙이 그의 형태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알아보고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1956년 그는 부사장 직함과 함께 개인 엘리베이터로 고객을 맞이하는 살롱에서 일하게 됐고, 그곳에서 최고급 스톤을 무제한 제공받으며 무수한 영감을 주얼리로 구현했다. 해저에서 막 낚아 올린 듯한 불가사리, 성게, 해파리, 해마, 돌고래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을 형상화한 작품은 디자인의 창조적 세계관이 구축된 순간을 보여준다. 트레이싱페이퍼와 펜, 인디아 잉크는 그림의 주재료가 됐다. 그는 연속적이고 유동적인 선을 사용해 상상 속 창작물을 우아하게 그려냈다. 1965년 버드 온 어 락 브로치를 공개한 이후 파요네 에나멜 뱅글, 쿠퍼 브레이슬릿, 식스틴 스톤 링 등 상징적 디자인을 선보이며 유산에 찬란한 이야기를 더했다. 독보적 심미안으로 빚어낸 이 찬란한 기록은 시간의 흐름 속에 풍화되지 않는 하우스의 가장 강력한 유산으로 남았다. 보석에 생명력을 불어넣던 그의 여정은 1987년 막을 내렸지만, 쟌 슐럼버제라는 이름이 새겨진 아카이브는 시대를 초월해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하우스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나는 사물의 유기적 형태, 그 불규칙함 속 생동감을 사랑한다. 보석이 그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처럼 살아 움직이는 찰나를 디자인에 담고 싶다. 나는 사물의 관계, 즉 그 안의 리듬과 에너지를 포착하려 노력한다. _by 쟌 슐럼버제
The Design
쟌 슐럼버제의 디자인 세계는 주로 자연과 직물에서 출발한다. 입을 수 있는 예술 작품을 고안한 그는 바다와 하늘, 동식물은 물론 밧줄과 술잔, 18K 골드로 재해석한 리본 등에서 영감받아 사물의 역동적 움직임을 표현한 초현실적 디자인 세계를 펼쳤다. 초기 영감의 주요 원천은 바다였다. 1930년대 후반에 선보인 그의 첫 번째 베스트셀러는 물고기 모티브의 라이터였다. 입에서 불꽃을 내뿜는 디자인의 푸아송 시가 라이터는 유연한 골드에 물고기의 역동적 모습을 표현했다. 주얼리가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예술 작품으로서 완성도를 증명한 순간이다. 이후 그는 흰색과 파란색의 커다란 도자기 화분이 넘쳐나던 정원에서 벌새, 열대새, 물총새 등의 아름다움을 관찰하며 디자인 작업의 영감을 얻었다. 상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발리와 인도, 태국 등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에너지의 역동적 형태는 자연에 완전히 몰입한 결과다. 독창적 예술 세계는 매년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며, 오늘날에는 티파니 워치로 창의성을 확장해 티파니앤코 컬렉션 전반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The Visionary
20세기 주얼리 역사는 프랑스의 천재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와 그의 예술적 지지자 버니 멜론(Bunny Mellon), 그리고 이들의 무대가 된 티파니앤코의 만남을 ‘가장 완벽한 심미적 결합’으로 기록한다. 이들의 파트너십은 하이 주얼리의 르네상스를 불러일으켰다. 보석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시대를 앞선 안목은 하이 주얼리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 협업의 중심에는 당대 최고 자산가이자 전설적 조경가로 인정받던 버니 멜론이 있었다. 그녀는 백악관의 로즈 가든을 설계할 만큼 원예적 식견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보석을 재산 가치가 아닌 ‘예술적 생명력’으로 바라본 안목의 소유자였다. 자연의 생동감을 포착한 걸작은 이들의 아름다운 시선을 거쳐 생명력을 얻었다. 정원에 대한 그녀의 깊은 애정이 쟌 슐럼버제의 손길을 거쳐 화려한 보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가장 상징적 작품인 ‘버드 온 어 락‘ 브로치는 1965년 쟌 슐럼버제가 카리브해에서 본 왕관앵무에서 착안해 제작했다. 버니 멜론은 짙은 푸른빛 라피스라줄리 위에 다이아몬드 새가 앉아 있는 초기 모델을 소장했는데, 그녀는 이 고고한 주얼리를 베레모에 위트 있게 스타일링하며 일상 속 우아함을 더했다. 동시에 두 예술가는 바다도 사랑했다. 바다 세계에서 영감받은 ‘라 메듀즈(La Meduse)’ 브로치는 문스톤과 사파이어 세팅으로 해파리의 신비롭고도 유연한 움직임을 표현했다.
이들의 예술적 동맹은 버니 멜론이 생전에 수집한 수백 점의 쟌 슐럼버제 피스를 버지니아 미술관(VMFA)에 기증하며 영원성을 얻었다. 개인 소장품이 인류 유산으로 거듭난 순간이다. 쟌 슐럼버제의 초현실주의적 천재성과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티파니앤코의 기술력, 그리고 그 가치를 향유한 버니 멜론의 심미안이 맞물린 결과다. 오늘날 티파니앤코가 하이 주얼리 하우스로서 권위를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이 세 주체가 공유했던 자연에 대한 경외와 예술적 집념에 있다. 원석의 중량보다 디자인에 깃든 예술적 혼을 우선시한 이들의 유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하며 독보적 궤적을 그린다.
장인정신이란 원석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색채와 형태에 영혼을 불어넣는 숭고한 과정이다. 시간이나 실패 위험과 타협하지 않고 오직 예술적 완성도만을 위해 나아가는 무결한 집념이 곧 디자인의 정수를 완성한다. _by 쟌 슐럼버제
The Craftsmanship
쟌 슐럼버제의 장인정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탁월한 18K 옐로 골드 크로스 스티치 모티브 디자인은 부모님이 운영하던 섬유 제조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기하학적 모티브와 유기적 형태를 입체적으로 결합한 작품이다. 파요네 기법은 18K 옐로 골드에 에나멜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노동 집약적 과정을 수반한다. 얇은 금박에 반투명 에나멜을 덮는 과정은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것은 물론, 대담한 주얼리에 대한 대중의 선호를 되살린 동시대 창작물이다. 19세기 예술 형식인 파요네 에나멜 기법을 부활시킨 공로 또한 인정받았다.
Honors & Awards
쟌 슐럼버제의 작품은 할리우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비롯해 왕실과 국제 사교계 인사들에게 사랑받았다. 이는 예술과 패션업계에 화려한 경력으로 이끌었다. 1958년에는 주얼리 디자이너 최초로 권위 있는 ‘패션 비평가 코티상(Fashion Critics’ Coty Award)’을 수상했으며, 1977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가공로훈장을 수여받았다. 1961년 런던 골드스미스 홀에서 열린 ‘국제 현대 주얼리 전시회, 1890-1961’에 포함된 현대 거장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영예다. 1995년 쟌 슐럼버제의 원본 디자인 도면을 소장 중인 파리 장식미술관은 ‘도시 속 다이아몬드’라는 제목의 회고전을 통해 그를 기렸는데, 이 박물관이 주얼리 디자이너를 조명한 세 번째 사례였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의 영광은 티파니앤코의 아카이브를 넘어 하이 주얼리가 도달할 수 있는 고결한 예술적 지표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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