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조만 수긍하는 요구/下]'현금 잔치' 뒤 숨은 위기…수천 조 투자 전쟁 속 불황 대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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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조만 수긍하는 요구/下]'현금 잔치' 뒤 숨은 위기…수천 조 투자 전쟁 속 불황 대비는?

비즈니스플러스 2026-05-15 09:19: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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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러온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 뒤로 '성과급 전쟁'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사상 첫 파업 위기와 영업이익의 15% 달라는 요구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글로벌 표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비지니스플러스는 긴급진단을 통해 삼성전자 노조 요구의 적정성을 해외 사례 및 산업 구조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반도체 불황과 호황의 주기가 짧아지고 AI 기술 경쟁을 위한 설비 투자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고정적 성과급 요구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을 무너뜨리고 인재 유출을 가속화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학계·정치권 등에서의 공통된 의견이다.

삼성전자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현재의 영업이익 수치가 아니라, 내일의 생존을 위해 쏟아부어야 할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이다. 반도체 업계는 현재의 호황이 2029년경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메모리 겨울'에 대비한 현금 확보를 사활적 과제로 여기고 있다.

최근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ASML의 최신형 EUV 장비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NA)는 대당 가격이 4억달러(약 6000억원)에 육박한다. 이전 세대보다 2배나 올랐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비가 당초 128조원에서 600조원으로 치솟은 배경에는 이러한 장비값 폭등과 건설비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81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호황기에 벌어둔 현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측이 노조의 '이익 15% 명문화'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정된 비율로 현금이 빠져나가게 되면 업황 급변 시 투자 결정권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조의 요구는 삼성전자 내부의 조직 결속력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메모리 사업부의 호황에 기대어 모든 직원이 높은 성과급을 받게 될 경우, 현재 적자를 기록 중인 비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실제로 비메모리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데 보상에서 차별받는다"는 박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핵심 엔지니어들이 대만 TSMC나 미국 인텔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인재 엑소더스'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민 배당금'이나 '초과이윤세' 논의 역시 기업에는 큰 압박이다. AI 수혜를 입은 독과점 기업의 이익을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이는 민간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합리적 상생 모델이 절실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무노조 경영' 폐기 이후 새로운 노사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의 골고루 나누기식 성과급 제도는 글로벌 인재 쟁탈전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노조 역시 단기적인 현금 보상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높여 그 혜택을 주식 등으로 공유하는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보상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리스크를 해소할 열쇠는 '숫자'가 아닌 '신뢰'에 있다"며 "회사는 보상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는 기업의 미래 투자 필요성을 인정하는 교차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의 기둥인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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