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의 총파업 예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언급했고,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기술 경쟁력 회복과 조직 안정화 주문이 동시에 이어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지금이 체질 개선의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최근 DS부문 임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업황 개선과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이 급반등했지만, 외부 환경에 기대는 구조로는 장기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 5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사 영업이익의 약 94%를 차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범용 D램·낸드 가격 상승효과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삼성 내부에서는 숫자보다 ‘근원적 경쟁력’ 회복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를 향해 “성과는 고객이 만들어준 결과”라며 “항상 을의 자세로 고객의 사업을 지원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속에서 공급자 우위에 따른 자만을 경계하고,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에는 “업의 본질에 집중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상향 곡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HBM 경쟁력 회복과 함께 부진한 비메모리 사업 체질 개선을 동시에 압박한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내부 메시지는 노조의 총파업 예고와 맞물려 나왔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수십조원 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4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며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해 정부 장관급 인사가 긴급조정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긴급조정권은 노조의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노동부 역시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관한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실제 생산 안정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은 삼성 측에 공급 안정성과 생산 차질 여부를 직접 문의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생산량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긴장감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조 측 역시 생산 차질 피해 규모를 20조~3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업 장기화 시 단순 생산 손실을 넘어 고객사 이탈과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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