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대 前남아공대사 "중동 호르무즈 위기, 희망봉 항로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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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대 前남아공대사 "중동 호르무즈 위기, 희망봉 항로가 대안"

연합뉴스 2026-05-15 07:0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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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취약성 노출…아프리카 중심 물류·공급망 외교 추진해야"

"기술·역량·거버넌스 결합해 미중과 차별화된 파트너십 제시"

'희망봉 항로' 지나는 남아공 케이프타운항 모습 '희망봉 항로' 지나는 남아공 케이프타운항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박종대 전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는 15일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유 등 세계 물류·공급망 위기와 관련해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항로 이용 등 기존 한국의 공급망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류·공급망 파트너로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아프리카와 협력에서 단편적·일회성 지원 사업이 아니라 기술과 역량·거버넌스를 연결한 협력 관계로 질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대사는 이날 한·아프리카재단의 주간 아프리카 소식지 '아프리카 포커스'에 기고한 '위기의 공급망, 기회의 아프리카: 대체 항로를 넘어 전략적 전환으로'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란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고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으로 수에즈-홍해 항로도 경색됐다고 짚었다. 이어 유럽-아시아 간 주요 해상 교역로 두 곳이 동시에 제 기능을 상실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수출입 물동량의 99%를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 핵심 수출 산업 모두 글로벌 공급망의 원활한 작동을 전제로 한 한국 경제가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사는 이런 국제 정세로 과거 비용과 시간 증가를 이유로 비효율적인 우회로로 평가된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경유 항로가 현재 현실적이고 안전한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2024년 이후 이 항로를 경유하는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수에즈운하 우회로 '희망봉' [그래픽] 수에즈운하 우회로 '희망봉'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이재윤 기자 =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겨냥한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와 이어져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상품 무역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주요 해상 수송로다. yoon2@yna.co.kr

아울러 희망봉 항로의 부상과 함께 아프리카의 지정학적 위상 역시 재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 본격 가동으로 현재 약 17%에 불과한 아프리카 역내 교역 비중이 2035년까지 8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리카 54개국 3조4천억달러(약 5천22조원) 규모 시장이 통합되면서 역내 물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아프리카가 단순 통과 항로가 아니라 자체적인 물류 소비 시장으로서 위상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사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물류·공급망 외교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 남아공 더반·케이프타운, 케냐 몸바사 등 희망봉 항로 거점 항만 현대화 지원과 운영 참여 등 전략적 협력 ▲ 아프리카 물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물류·스마트 인프라 협력 ▲ 개발 협력 사업 등을 통한 AfCFTA 물류 인프라 협력 ▲ 민관이 통합적으로 참여해 희망봉 항로 거점 항만을 중심으로 한 통합 물류 협력 패키지 구성 등을 제안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닻을 내리고 멈춰 있는 선박들 호르무즈 해협에 닻을 내리고 멈춰 있는 선박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박 전 대사는 오는 6월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제시된 '공동번영을 위한 한-아프리카 파트너십'을 물류 분야의 실질적 협력 성과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장관회의를 한국의 대(對)아프리카 물류와 공급망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중요한 토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기술만이 아니라 역량과 거버넌스"라며 "한국은 아프리카와 물류·공급망 파트너십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전략적 견지에서 기술과 역량, 거버넌스를 잇는 통합적인 협력 패키지를 개발하고 시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만을 예로 들면서 단순히 건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인력이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고 디지털 통관과 물류 관리 체계를 스스로 유지·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역량의 연속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거버넌스 마련도 주문했다.

박 전 대사는 마지막으로 대아프리카 협력의 목표는 무엇을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의 인프라 중심 접근이나 서방의 보편적 가치와 요구 충족을 위한 원조와 달리 한국은 기술·역량·거버넌스를 결합한 협력을 통해 차별화된 파트너십을 제시하고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국제개발협력 파트너로서 한국이 갖는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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