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침하다, 기상하다, 출근하다, 근무하다, 퇴근하다, 식사하다, 휴식하다…….
그저 '하다'만 붙이면 죄 말이 된다. 하다 하다(이것저것을 하다가 결국에는. 또는 어떤 행동이나 상황이 점점 강도가 심해지다가 결국에는) '하다'에 접미사의 왕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한 국어책(정제원/비문 클리닉)의 이름하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다'가 지나치게 쓰여 글이 단조로워질 수 있다고 책은 짚는다. 공감할 만한, 아니 누구나 똑같이 느낄 법한 지적이다.
변주가 필요하다. 취침하다는 그냥 '자다' 해도 된다. 기상하다는 일어나다요, 출근하다는 일하러 가다 아닌가. 근무하는 것은 일하는 것이고 퇴근한다는 것은 일 마치고 회사를 나서는 것이며 식사한 뒤 휴식하는 것은 밥 먹고 쉬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책은 바꿔 쓰는 길을 둘 든다. 앞서 보인 말 바꾸기가 하나다. 비굴하다(→ 줏대 없이 굽실거리다) 경청하다(→ 새겨듣다) 임박하다(→ 닥쳐오다) 하는 꼴이다. 다른 하나는 표현 바꾸기이다. "그는 너무 불성실하다"를 "그에게서 성실한 태도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로 쓴다. "요즘 경제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는 "요즘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은 번번이 빗나간다"로 바꾸고, "그때부터 나는 육류를 먹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그때부터 나는 비건처럼 살았다"고 고친다
'-하다'를 대신하는 일은 어려운 한자어를 피하려는 노력과 주로 함께한다. 간주하다(→ 여기다) 간파하다(→ 꿰뚫어 보다) 강변하다(→ 우기다) 경과하다(→ 지나다) 경색되다(→ 얼어붙다) 계승하다(→ 잇다) 기술되다(→ 적히다)……. 기역(ㄱ)으로 시작하는 낱말 몇 개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하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애를 쓰다 보면 덩달아 말이 는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정제원, 『비문 클리닉』, 몽트, 2024 - '하다' 별칭, 그리고 바꿔 쓰는 길 둘과 그 사례들 인용
2. 이오덕, 『우리말을 죽이는 한자말 뿌리 뽑기』, 도서출판 고인돌, 2019 - 기역으로 시작하는 한자어 고쳐쓰기 사례들 인용
3.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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