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우유, 낡은 '쿼터,연동제'에 갇혀 수입 습격에 속수무책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국산우유, 낡은 '쿼터,연동제'에 갇혀 수입 습격에 속수무책

이데일리 2026-05-15 05:50:03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신수정 기] K우유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수요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서다. 낙농업 보호 명분으로 세운 방어막이 시장 원리에 역행하는 ‘우유 갈라파고스’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국산 우유의 경쟁력 상실 및 밀크 플레이션으로 직결되는 만큼 전면적인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사진=연합뉴스)


14일 글로벌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5월 기준 한국의 우유 소비자 가격(1ℓ)은 2.02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폴란드(1.08달러), 미국(1.06달러), 일본(1.46달러)과 비교해 40~90% 비싼 금액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소매 시장에서도 폴란드산 멸균우유는 리터당 1900원대에 유통되는 반면, 국산 신선우유는 3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우유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부터 미국산 유제품 관세가 완전히 철폐됐고, 오는 7월부터 유럽(EU)산도 무관세로 전환된다. 이 경우 국내산과 수입 제품의 가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수입 우유의 90%를 차지하는 폴란드산 멸균우유는 B2B(기업간 거래) 식자재 시장을 넘어 일반 소비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2.5%의 관세가 매겨지고 있는 지금도 우유 사용 비중이 높은 디저트 및 카페 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로 빠르게 교체하고 있다.



◇원유 쿼터제·가격 연동제의 그늘


위기의 근저에는 원유 쿼터제(생산 할당제)와 원유 가격 연동제가 있다. 쿼터제는 유가공업체가 낙농가와 미리 정한 할당량 만큼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사줘야 하는 제도다. 공급 조절과 낙농가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원유 가격 연동제는 원유 생산비 지표와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유가공업체가 낙농가에서 사들이는 원유 기본가격을 매년 자동 조정하는 제도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원유 쿼터제와 가격 연동제의 조합은 소비가 줄어도 생산과 매입을 줄이지 못하는 ‘경직된 수급 시스템’과 사료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생산비가 오르면 가격이 오르는 ‘시장과 분리된 가격 구조’를 만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연간 원유 쿼터량은 약 222만t(톤) 수준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실제 원유 생산량은 195만 5000t이며 이 중 음용유용 원유 사용량은 164만 8000t 수준에 그친다. 결국 쿼터량 중 음용유용 원유 사용량을 제외한 57만t은 수익성이 낮은 치즈, 버터, 분유 등으로 전환 처리되거나 폐기 처분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음용유용 수요가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21년 26.4kg에서 2025년 22.6kg까지 떨어지며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유업체의 재고 부담과 산업 비용 상승이라는 구조적 모순으로 이어진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우유 소비 한계가 있어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며 “쿼터 결정 과정에 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에 맞게 쿼터를 조절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시스템의 비효율로 발생한 막대한 재고 손실은 최종 소비자 가격을 부풀리는 마진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실제 음용유용 원유 기본가격은 리터당 1110원으로 2025년 1월 이후 동결 유지되고 있지만 연평균 소비자 가격은 3119원(한국소비자원 4월 기준) 수준까지 치솟았다. 원유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이 2009원으로 최종 가격의 64.4%를 차지한다. 이는 순수 마진뿐만 아니라 제조비, 물류비, 판촉비, 폐기 손실 등이 모두 포함된 비효율의 총합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폐쇄적 거버넌스와 수입산 무관세…‘총체적 난국’

위기를 돌파할 거버넌스도 꽉 막혀 있다.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의 시스템은 경직돼 있다. 예컨데 통계청 누적 생산비가 ±4% 이상 변동해야만 협상을 개시할 수 있고, 용도별 기준 물량은 2년 주기로만 재협상하도록 묶어뒀다. 소비 수요는 시시각각 급변하는데 낡은 규정에 갇혀 탄력적 대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낙농가들이 스스로 조성한 우유 자조금을 관리하면서, 우유 소비 촉진과 이미지 제고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단체 ‘우유자조금 관리위원회’도 폐쇄적 구조다. 지난 2006년 출범 이후 20년 가까이 위원장이 연임 중이며, 무투표 당선이 반복되고 있다.

폐쇄적 거버넌스가 고착화된 사이 수입 우유는 낮은 가격을 내세우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수입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6년 1214t에서 지난해 5만 1000t으로 42배 가까이 폭증했다.

한 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물 안 개구리식 낡은 규제와 닫힌 거버넌스 탓에 혁신의 골든타임을 모두 허비했다”며 “당장 뼈를 깎는 체질 개선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우유 생태계 전체가 수입우유 파고에 휩쓸려 공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