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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발칸반도라고 불리는 남동부 유럽과 지중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에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상선대를 보유한 해운 강국이며 관광·물류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과 그리스는 1961년 4월 5일 수교했으며 올해로 수교 65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양국의 인연은 그보다 앞선 한국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는 한국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전 참전을 결정했고 그리스군의 희생과 헌신은 양국 관계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이러한 역사적 기반 위에 양국은 해운·조선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1971년 한국의 중공업이 태동하던 시기 그리스 선주 조지 리바노스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제안을 믿고 한국에 첫 선박을 발주했다. 그렇게 시작된 해운·조선 협력은 오늘날 양국 협력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기술, 그리스의 시장, 미국의 금융을 결합하는 ‘삼각 협력’ 구상이 논의되는 등 보다 전략적이고 다층적인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상수도,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7년 도입된 아테네 대중교통 전자결제 시스템 구축에 우리 LG CNS가 참여했는데 버스, 지하철, 트램을 하나의 교통카드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아테네 시민의 편의가 크게 향상했다. 이는 한국의 디지털 기술력이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적용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되기도 한다.
방산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의는 지속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아테네 지하철 차량 수출은 우리 기업이 그리스를 발판으로 유럽 및 인근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렇듯 방산 분야에서도 그리스가 우리의 협력 파트너이자 남동부 유럽 진출의 기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 역시 양국 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요소다. 2024년 9월 리나 멘도니 그리스 문화부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문화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그 후속조치로 2025년 6월 국립무형유산원이 아테네와 크레타를 방문해 전통 무형유산 공연을 선보였다. 같은 해 9월에는 그리스 민중음악 ‘레베티코’ 공연단이 전주를 찾아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이러한 교류는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체험하며 정서적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그리스어에는 ‘필로티모’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외국어다 보니 한마디로 번역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말에 해당한다. 우리말에도 외국어로 번역하기 쉽지 않은 ‘정’이라는 단어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단어의 뜻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닮은 점이 많은 한국과 그리스는 오랜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왔다. 올해 수교 65주년을 계기로 양국이 서로의 강점을 바탕으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동반자로서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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