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권의 향방을 가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담판'이 14일 화려한 환영 만찬과 함께 본격화됐다. 양 정상은 9년 전의 인연을 강조하며 우호적인 기류를 연출했으나, 대만 문제와 중동 전쟁 등 핵심 현안에서는 한 치의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렸다.
▲ ‘친구’라 불렀지만 선물은 없었다… 달라진 ‘빅2’의 위상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역사적”이라 치켜세우며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라고 정의했다. 특히 시 주석은 “미국과 중국은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며 ‘상호 존중’을 안정적 관계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구(Friend)’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며 오는 9월 24일 시 주석 부부를 백악관으로 공식 초청한다는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2017년 첫 방중 당시 2500억 달러(약 200조원)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안겼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보다 강력해진 중국의 국력을 바탕으로, 시 주석은 이제 미국에 경제적 양보를 하기보다는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는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새로운 지위로 선포했다.
▲ "물과 불은 섞일 수 없다"… 대만 문제 둘러싼 시진핑의 일갈
이번 회담의 최대 격전지는 역시 ‘대만 문제’였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규정하며 발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의 평화는 물과 불처럼 서로 섞일 수 없다”며, “이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부딪치거나(碰撞) 심지어 충돌(衝突)하게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거나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대한 최후통첩성 경고로 풀이된다.
반면, 평소 거침없는 발언을 즐기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침묵’을 선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강경 발언에 반응하지 않은 채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당면한 에너지 위기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트럼프의 고뇌가 반영된 전략적 후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엔비디아·테슬라 등 실세 기업인 총출동… ‘경제 안보’가 핵심
이번 방중에는 미국 정계뿐만 아니라 재계를 상징하는 거물들이 대거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이 환영 만찬에 참석한 것은, 현재 미·중 갈등의 핵심이 AI 반도체와 전기차 등 첨단 기술 공급망에 있음을 방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에 “시장의 대대적 개방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비공개 회담에서 미국 측은 자국 기업들의 중국 내 시장 접근성 확대와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하게 압박했을 것으로 보이나, 공식 발표문에는 ‘협력 지지’라는 원론적 입장만 담겼다.
▲ 중남해(중난하이) 차담회서 실질적 합의 도출될까
양 정상은 공식 일정 첫날, 공동 기자회견조차 열지 못할 정도로 팽팽한 견해차를 보였다. 9년 전과 비교해 중국의 위상은 높아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외적 성과가 절실한 처지다. 특히 ‘투키디데스의 함정(신흥 강국이 기존 강국에 도전하며 충돌하는 현상)’을 언급하며 패권 경쟁의 의지를 숨기지 않은 중국의 태도는 향후 미·중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양측은 15일 오전, 베이징의 심장부이자 중국 지도부의 거처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차담회와 업무 오찬을 이어간다. 격식을 차린 인민대회당에서의 만찬과 달리, 보다 은밀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이 ‘티타임’에서 이란 전쟁 해결을 위한 중국의 중재안이나 구체적인 무역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오후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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