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왜 살리셨나 원망"…옥중 김대중과 세상 연결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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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왜 살리셨나 원망"…옥중 김대중과 세상 연결한 기록

연합뉴스 2026-05-14 18:04: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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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이희호 옥중기록' 출간…이희호 메모·편지 등 20건 첫 공개

김대중, 암살 우려에 치료 포기…"자포자기하며 발광 직전까지 간 적도"

청주교도소 면회 모습 청주교도소 면회 모습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재배포 및 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그간 자포자기하여 발광 직전까지도 간 적이 있다. (중략) 내 일생 이토록 치욕스럽고 괴로웠던 적이 없다. 하느님이 왜 나를 살리셨나 원망도 했었다. 내 일생 이토록 치욕스럽고 괴로웠던 적이 없다."(면회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말을 이희호 여사가 메모한 것)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옥중 시기를 중심으로 김 전 대통령 수감과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활동에 관한 자료를 묶은 '김대중·이희호 옥중기록'이 출간됐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기획하고 한길사가 펴낸 이 책은 3·1 민주구국선언과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수감됐던 1976∼1982년 사이의 각종 옥중 기록과 이 여사의 메모·편지, 국제 구명활동 자료, 재판기록 등을 수록했다.

옥중 면회 메모와 국내외 인사들에게 보낸 편지 등 20건은 최초로 공개된다.

김 전 대통령은 1976년 3월 8일부터 1978년 12월 27일까지, 1980년 5월 17일부터 1982년 12월 23일까지 수감 생활을 했다.

책에 담긴 기록은 투옥 중 김 전 대통령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직후 발생한 의문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김 전 대통령은 심각한 고관절 신경통에 시달렸지만, 수감 중에는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었다. 군사정권 하에서 여러 차례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 전 대통령이 암살 시도 가능성을 우려해 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교도소장이 치료를 받으라고 말했지만, 저를 죽이려고 한 사람들의 손에 그들이 지정하는 의사의 손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당신들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확실하게 말했습니다."(1978년 12월 19일, 석방 직후 환영 모임 연설)

면회 가는 이희호 여사 면회 가는 이희호 여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재배포 및 판매 금지]

14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명림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장은 "이 여사의 메모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여사가 세상과 단절된 김 전 대통령과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뒷바라지 외에도 인권운동, 민주화운동, 국제연대 등 모든 영역에 있어 김 전 대통령의 동반자 역할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투옥 중이던 1977년 12월 서울대병원 '감옥병실'로 옮겨졌다.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하자 정권이 내린 결정이지만, 김 전 대통령이 "제발 교도소로 보내달라"며 단식까지 할 정도로 최악의 환경이었다.

책에는 이 여사가 심각한 고통을 받는 김 전 대통령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직접 그린 서울대병원 감옥병실 구조도도 실렸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수십명의 감시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창문이 가려진 병실 밖으로 나갈 수 없어 햇빛을 보지도 못했다. 출소 직후에는 혼자 일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악화해 평생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야 했다.

펜과 종이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고, 면회 내용도 감시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종이에 못으로 눌러쓴 메모를 면회 때 이 여사에게 몰래 전달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감옥 밖에 있는 가족을 먼저 걱정하는 김 전 대통령의 고뇌도 드러난다.

이희호 여사의 면회 메모 이희호 여사의 면회 메모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재배포 및 판매 금지]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세상을 연결하는 매개자였고, 외부에는 김 전 대통령의 대리인이었다.

당시 그는 당국 감시를 받으며 생계와 김 전 대통령 구명운동을 감당했다. 특히 독재정권에 맞서는 투쟁 주체로 활동했으며, 김 전 대통령과 정치범들의 비인간적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면회는 한 달에 한 번, 가족에게 10분만 허용됐다. 이 여사는 수감생활 중 신문과 잡지를 볼 수 없었던 김 전 대통령에게 국내외 뉴스와 정세를 극단적으로 압축해 전달했다.

국제사회에 김 전 대통령의 상황을 알리는 데도 힘썼다. 에드워드 케네디 미국 상원의원, 미키 다케오 일본 총리를 비롯한 해외 정치지도자와 국제 인권단체에 지속해서 도움을 요청했다.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전 국회의원은 간담회에서 "아버지가 구속된 후 어머니가 꾸준히 다른 구속자 가족과 연대하면서 독재정권 하에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상황을 해외에 알린 기억이 난다"며 "박정희 정권도 미국과 일본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3·1민주구국선언 당시 유신정권과 싸우기 위해서는 몇 명이 감옥에 가서라도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했다"며 "두 번째 투옥은 갑작스러웠고 사형선고까지 순식간에 나왔지만, 어머니는 적당히 타협해서 목숨을 살리라는 말씀은 안 하시고 적극적인 구명운동에 나섰다"고 떠올렸다.

책에는 이 여사가 지미 카터·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도 수록됐다.

이밖에 김 전 대통령 재판을 둘러싸고 우려를 표하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이 전두환에게 보낸 편지 등 당시 국제사회의 관심을 보여주는 자료도 볼 수 있다.

'김대중·이희호 옥중기록' 출간 기자간담회 '김대중·이희호 옥중기록' 출간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4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김대중·이희호 옥중기록'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에 놓인 도서. 2026.5.14 mjkang@yna.co.kr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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