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2025-2026시즌은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실패로만 설명할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창단 첫 ‘봄 농구’ 무대에서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까지 오른 소노는 프로농구에 뚜렷한 반전 드라마를 남겼다.
소노는 13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부산 KCC와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5차전 홈 경기에서 68-76으로 졌다. 1∼3차전을 내준 뒤 4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했지만,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우승 트로피는 KCC의 몫이 됐다.
소노의 출발점은 낮았다. 2023년 고양 데이원의 재정난과 제명 사태 뒤 새롭게 출발한 소노는 두 시즌 연속 8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도 출발은 불안했다. 개막전에서 안양 정관장에 19점 차로 패했고, 1라운드를 2승 7패로 마쳤다. 4라운드까지도 14승 22패에 그치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전은 후반기에 찾아왔다. 이정현, 네이던 나이트, 케빈 켐바오를 축으로 한 공격 구성이 자리를 잡으면서 소노의 농구는 달라졌다. 빠른 전환, 외곽슛, 넓은 스페이싱을 앞세운 이른바 ‘양궁 농구’가 힘을 발휘했다. 정규리그 막판 10연승을 달린 소노는 5위로 창단 첫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에 진출했다.
PO에서는 상승세가 더 뚜렷했다. 6강에서 정규리그 4위 서울 SK를 3전 전승으로 눌렀고, 4강에서는 2위 창원 LG마저 3승 무패로 돌려세웠다. 특히 LG와의 1, 2차전에서는 후반 두 자릿수 열세를 뒤집으며 기세를 증명했다. 그렇게 소노는 KCC와 함께 KBL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5위와 6위가 맞붙는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만들었다.
중심에는 손창환 감독이 있었다. 손창환 감독은 현역 시절 4시즌 통산 20득점에 그친 무명 선수 출신이다. 은퇴 뒤 구단 홍보팀, 전력분석원, 코치를 거치며 코트 안팎을 배웠다. 스타 출신 지도자의 화려한 이력은 없었지만, 분석과 준비, 선수단을 묶는 힘으로 소노를 바꿔놨다. 지난해 9월 대만 타이베이 전지훈련 당시에도 손창환 감독은 본지와 만나 “단단하게 잘 만들고 싶다”며 “내 색깔보다 선수들의 색깔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5명이 어떻게 융화되고 시너지를 내는지가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그 철학은 시즌 막판 결실을 보았다. 시즌 초반 이정현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소노는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트, 켐바오, 이재도, 임동섭, 강지훈, 이근준, 정희재 등이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 팀으로 변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정현은 해결사로 중심을 잡았고, 켐바오와 나이트는 공격 옵션을 넓혔다. 손창환 감독의 분석과 역할 정리가 선수단 전체에 스며든 결과였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마주한 KCC의 벽은 높았다. 허웅, 허훈, 최준용, 송교창, 숀 롱 등 주축 전력이 완전체를 이룬 KCC는 승부처마다 다른 선수가 해결사로 나섰다. 소노는 4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이정현의 결승 자유투로 1점 차 승리를 거두며 자존심을 세웠지만, 시리즈 흐름을 완전히 돌리지는 못했다.
경기 후 손창환 감독은 선수들을 먼저 감쌌다. 그는 “8개월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선수들이 못난 감독을 만나 고생했다. 미안하다”며 “이게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1막이 끝났으니 2막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상적인 장면도 있었다. 손창환 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취재진 사이에서 이례적으로 박수가 나왔다. 우승을 놓친 감독에게 보내는 박수였지만, 그 안에는 소노가 시즌 내내 보여준 도전과 성장에 대한 인정이 담겨 있었다. 손창환 감독의 준비, 선수단의 응집력,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경기력에 대한 예우였다. 소노가 남긴 반전 드라마는 이제 다음 시즌을 향한 기준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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