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해야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아주경제 주최로 열린 '제16회 글로벌 헬스케어 포럼(2026 GHF)'에서 이같이 말하며 AI 기반 제약산업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이 'Pharma 5.0'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약 개발 생산성 저하와 차세대 모달리티 확대 등으로 기존 개발 방식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품질의 방대한 데이터 없이는 AI 모델의 학습과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데이터를 잡아야 신약을 잡는다'는 명제가 AI 신약 개발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특히 신약 개발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과거에는 연구자의 경험과 반복 실험 중심으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면 이제는 유전체·임상·문헌 데이터 등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전략을 예측·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기술의 진화 흐름도 함께 언급했다. 초기 규칙 기반 시스템에서 딥러닝, 생성형 AI를 거쳐 최근에는 자율형 AI와 양자기술 융합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에는 컴퓨터 기반 가상 실험을 통해 후보물질을 설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로봇 자동화 기반 실험실을 통해 실제 물질 합성과 검증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원장은 AI 활용 확대가 신약 개발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반 예측 모델과 자동화 기술 도입으로 임상시험 기간 단축 가능성이 커지고 개발 비용 절감과 상용화 속도 제고도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는 "AI는 단순히 연구 속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신약 개발 밸류체인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 임상, 임상, 생산·유통 단계까지 AI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전략 변화에도 주목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AI 기반 플랫폼 기업과 협업이나 인수합병(M&A)을 확대하며 데이터와 플랫폼 중심의 개방형 생태계 구축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수직통합형 구조에서 전문성 기반 네트워크형 구조로 산업 모델이 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 국내 AI 신약 개발 생태계는 여전히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투자가 후보물질 발굴 등 초기 단계에 집중되면서 기초 AI 기술이 의료 현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데스밸리'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금과 데이터, 실증 검증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상용화 직전 단계에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원장은 "AI 신약 개발 경쟁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 경쟁력"이라며 "기업 간 데이터 독점 구조를 완화하고 공동 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멜로디(MELODI)' 사례와 연합학습 모델 등을 언급하며 "융합형 전문 인재 양성, 표준계약 체계 도입, 글로벌 파트너링 등이 필요하다. 정부도 연속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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