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 안팎에선 무주택자 한정 새로운 대출 규정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부동산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15억원 미만' 주택이 몰린 지역 위주로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택시장 과열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수요가 몰려 시세가 오르면 상급지 갈아타기 시도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국엔 동시다발적인 집값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한 대출 규제가 수요 쏠림을 낳고 있는 만큼 무주택자에 한정해서는 소득을 기준으로 한 별도의 대출 규정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억 미만 주택, 최대 6억원' 돈줄 옥죄자 '15억 미만' 아파트 거래 급증, 시세 상승
정부는 지난해 6·27 대출 규제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까지 줄인데 이어 10·15 추가 대책을 통해 주택 가액별로 대출 한도를 2억원씩 추가로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현재 주담대 최대 한도는 ▲거래가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 ~ 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 등이다. 유주택자의 경우 주담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규제 대상은 무주택자 뿐이다. 특히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무주택자의 경우 현금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정부 부동산 정책 중 가장 강력한 정책으로 여겨진다.
정책 영향이 막강한 만큼 최근 그 부작용도 하나 둘 고개를 들고 있다. 대출 한도를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15억 미만' 주택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4월 계약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5535건 중 매매가격 '15억원 미만' 거래 비중은 무려 81.6%(4518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최대 대출 한도가 2억원 뿐인 '25억 이상' 아파트 거래는 5.4%(297건)에 그쳤다. 면적대별로도 '15억 미만' 아파트가 몰려 있는 전용면적 85㎡ 미만의 중·소형 아파트가 전체 거래량의 86.6%(4797건)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 역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노원구 12.8%(710건), 도봉구 4.6%(256건), 강북구 2.0%(109건) 등의 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수요가 몰리는 면적과 지역의 시세 상승도 두드러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중·소형(전용면적 60㎡ 초과 ~ 85㎡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5억1022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14억원을 돌파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전용면적 59㎡ 이하 소형 아파트 가격 역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달 기준 서울 아파트 소형 평균 매매 가격은 9억9566만원을 기록했다. 소형 아파트 역시 지난해 10월 9억원을 처음 돌파한 후 5개월 만에 1억원 가까이 올랐다.
또 5월 첫째 주(지난 4일 기준) 서울 기준 중구(0.73%), 노원구(0.31%), 도봉구(0.31%), 동대문구(0.30%), 강서구(0.29%) 등 강북권 중심으로 시세 상승폭이 가팔랐다. 반면 '15억 미만' 아파트가 거의 전무한 강남구는 0.16% 하락하며 10주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신축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선 서초구의 경우 현금 부자들 위주로 거래가 이어지면서 소폭 상승(0.06%) 하긴 했지만 타 지역의 상승폭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를 나타내는 '매수우위지수' 역시 강북 14개구(79.7)가 강남 11개구(74.2)에 비해 높게 집계됐다.
주택 가격 기준 대출 한도, 개인 소득 기준으로 바뀐다면…"소득 따라 내 집 수요 분산"
부동산 시장 안팎에선 대출 규제가 낳은 '15억 미만' 수요 쏠림 현상의 파급효과에 집중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수요가 몰려 시세가 오르면 상급지 갈아타기 시도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집값 상승 현상이 지역·면적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특히 일부 투자자들은 '15억 미만' 쏠림의 정도를 봤을 때, 예상 보다 더욱 빨리 지역을 불문한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은 '서울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의 내용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1·2인 가구 비중이 대폭 늘어 난데다 전반적인 임금 상승과 주식 시장 호황으로 5~10억 가량의 현금을 쥔 이들이 꽤 많이 늘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주담대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서울 외곽이나 중소형 면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수요가 몰려 시세가 오르면 기존에 주택을 매입한 이들을 상급지로 갈아탈 것이고 자연스레 강남을 포함한 서울 전 지역에 걸쳐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과거엔 강남 등 상급지 시세가 외곽 지역의 시세를 끌어 올리는 형국이었다면 앞으로는 외곽 지역에서 상급지 시세를 밀어 올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일부 부동산 관계자들과 투자자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대출 규제 이후의 집값 폭등 주장이 어느 정도 근거를 갖추고 있는 만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현재 무주택자 한정 새로운 대출 정책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언급했다. 수요 쏠림의 주된 원인이 대출 한도의 기준인 만큼 현행 집값 기준을 소득 수준 등으로 바꾸면 개개인의 대출 한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 지역·면적 아파트 중심의 쏠림 현상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이러한 소득 별 대출 한도 차등 조치는 자유시장주의를 채택한 헌법 정신에도 부합하고 소비 위축 등 가계 대출 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5억원 미만 주택에 매수세가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시장의 논리에 따라 결국 부동산 시장 전체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주택 가격상승에 대출 규제까지 맞물리면 무주택 실소유자들의 주거 마련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급 물량 확대든 규제 완화든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강세장인 주식 시장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은 증시 조정기에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전반적인 집값 상승을 촉발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금융의 본질이 차주의 상환 능력에 있는 만큼 갚을 능력이 증명된 이들에게 대출을 허용하는 방식이 시장 왜곡을 막는 올바른 방향이다"며 "득별 대출 한도 차등 조치는 주택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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