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금융지주 등은 지난달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생산적·포용금융 정책을 '투자위험 요소' 항목에 새롭게 추가했다.
금융지주들은 미국 현지 사업보고서 투자위험 요소 항목에 경영상 위험 요인을 기술하는데 올해 처음 생산적·포용금융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KB금융은 보고서에서 "포용금융 정책이 시행되며 고객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관행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신한금융 역시 포용금융 정책 대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전성 저하 가능성을 투자 위험 요소로 명시했다. 우리금융은 '생산적 금융'을 언급하며 "의도하지 않은 비용이나 손실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는 미국 시장 특성상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미리 알리지 않으면 집단 소송을 당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해당 내용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국내용 사업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정책 협조 의지를 강조하면서 해외 공시에서는 관련 위험을 별도로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5대 금융지주는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총 70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지원 계획을 제시하는 등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해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포용금융이 금융사 입장에서 건전성과 직결되는 문제인 것은 맞지만 관련 내용이 외국 공시를 통해 나온 것은 아쉽다"며 "은행권의 자금 공급 여력을 늘리는 등 제도 개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 논란 역시 금융권의 포용금융 행보와 맞물려 재조명되고 있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급증한 장기 연체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주요 은행과 카드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민간 부실채권 처리 회사다. 그러나 20년 넘게 장기연체채권 추심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금융권 책임론이 불거졌다. 특히 상록수 주주사들이 5년 동안 400억원 넘는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서민금융 강화 기조와 장기 연체채권 추심 및 배당 구조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금융권을 향한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으며 포용금융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본인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금융은 국가 발권력과 독과점적 인허가에 기반한 준공공사업인 만큼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서민금융, 포용금융을 신속하게 그리고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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