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결핵 발생률 2위에 올라 있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과거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잠복 상태로 균을 보유한 인구가 많다는 배경이 자리한다. 이들이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방어 기제가 저하됨에 따라 숨어있던 균이 활성화되는 경우가 잦으며, 현대인의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 밀집된 생활 공간 역시 잦은 발병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결핵은 주로 호흡기를 통해 침투한 결핵균이 폐를 비롯한 장기에서 증식하며 발생하는 감염 질환이다. 2주 이상 멈추지 않는 만성적인 기침과 미열, 야간의 식은땀, 뚜렷한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등이 대표적인 초기 징후다. 이를 가벼운 감기몸살로 오인해 방치할 경우 폐 조직이 파괴돼 피가 섞인 가래를 토혈하거나 급성 호흡 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전체적인 감염 지표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파악된 신규 감염자는 약 1만7070명 수준으로, 발병이 정점을 찍었던 2011년의 50491명과 비교하면 14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다만 65세 미만 발병은 눈에 띄게 감소한 반면 전체 환자의 62.5%가 면역력이 취약한 65세 이상 노년층에 집중돼 있어 고령 인구를 겨냥한 표적 관리가 시급하다.
복병은 겉으로 드러나는 징후가 전혀 없는 ‘무증상 감염자’들이다. 국립보건연구원 추적 조사 결과, 전체 환자의 약 33%가 본인의 감염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일상적인 고통을 느끼지 못해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다.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찾아내 치료할 경우 유증상자보다 치료 성공률이 2.4배나 치솟고 완치율 또한 86%를 웃도는 등 탁월한 예후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숨은 감염자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가려내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진단 기법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필리핀 열대의학연구소(RITM)와 손을 잡고 차세대 결핵 진단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한 협약을 맺고 연구에 착수했다. 기존 검사법이 지닌 시간적·물리적 맹점을 극복하고 발병 여부를 더욱 정밀하게 판별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국내 방역 역량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아시아 전역의 질병 통제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학교나 유치원, 병원, 산후조리원 등 집단 감염 우려가 큰 다중이용시설 종사자들의 잠복결핵 검진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결핵예방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번 개정으로 일선 현장의 검사 비용 부담을 크게 덜어주어 선제적인 대처가 활성화되면 일상 속으로 번질 수 있는 감염의 불씨를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