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경북교육청이 최근 일선 학교에 배포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안내 배너가 교육계와 학부모 사이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제자들이 정성을 모아 준비한 케이크조차 교사는 손도 대지 못하게 규정한 내용이 현실과 동 떨어진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북교육청은 최근 교사 업무 포털에 ‘헷갈리는 청탁금지법 완벽 정리’라는 제목의 홍보 배너를 게시했다. 스승의 날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허용 범위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한 자료였다.
논란이 된 대목은 ‘케이크 파티’ 관련 문항이다. 교육청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케이크를 준비했더라도 ▲교사에게 케이크를 전달하거나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나눠 먹는 행위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오직 학생들끼리 나눠 먹는 것만 허용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지침이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하자 각박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해마다 맞이하는 스승의 날인데 참 세상 각박하다고 느껴지네” “선생님 축하 파티를 하는데 선생님만 빼고 먹으라는 게 말이 되냐” “고마움을 표하는 날이 아니라 눈치 보는 날이 됐다” “선생님은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느낌이겠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일선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도 “교권을 존중한다면서 정작 사기를 꺾는 행정”이라는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교육청은 해당 배너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실제로 케이크를 나눠 먹는 행위가 김영란법에 어긋나는 행동일까? 대중의 정서와는 괴리가 크지만, 경북교육청의 안내가 법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에 따르면, 담임교사나 교과 담당 교사는 학생에 대한 평가와 지도를 상시 수행하기 때문에 학부모·학생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경우 청탁금지법상 예외 사유인 ‘5만원 이하 선물’ 가액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단돈 몇 천원짜리 조각 케이크나 캔커피 하나도 원칙적으로는 수수가 금지된다. 카네이션 역시 학생 개인이 개별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불법이며, 오직 학생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전달하는 것만 ‘사회상규’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반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이전 학년 담임 교사나 이미 졸업한 학교의 스승에게는 5만원 이하의 선물이 가능하다.
다만, 일선 현장에서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을 두고도 여전히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 국·공립은 물론 사립 유치원 교사까지 모두 법 적용 대상이다. 유치원이 ‘유아교육법’ 상 학교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반면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는 보육시설로 분류돼 보육교사는 원칙적으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공공기관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돼 주의가 필요하다.
인천 소재 A 고등학교 교사 최모(31)씨는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스승의 날이라는 상징적인 날조차 케이크 한 조각을 나누지 못하게 하는 엄격한 잣대가 교직 사회의 고립감을 키우고 있다”며 “법적 취지를 살리면서도 교육 현장의 온기를 지킬 수 있는 유연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교사노동조합연맹이 발표한 ‘스승의 날 기념 전국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유·초·중등·특수교육 교원 7180명 중 61%는 교단을 지키는 원동력으로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직 생활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으로는 94.7%가 ‘학생의 긍정적인 태도 변화나 성장을 확인했을 때’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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