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전세윤 작가] 순수 가상현실 + 현실 공간 = 혼합현실을 뜻한다.
혼합현실을 이해하려면 우선 가상현실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가상현실은 현실적이고 몰입감 있는 시뮬레이션(3차원 공간,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체험되는 것), 몸의 움직임과 감각기관을 이용해 제어되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몸의 움직임과 감각기관을 이용해 제어되고 느끼는 것은 ‘디깅 #25’에서 말했던 몰입감, 존재감, 현존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저 ‘VR 개념, 컴퓨터 용어 개념 아닌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내가 미술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말이라 보는 이유는 명백히 있다. 위 기고에서 가상현실을 작품이라는 단어로 바꿔 읽어도 읽는 것에 무관할 것이다. 작가들은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하며, 그 자신만의 세상은 어떻게 보면 가상이며 동시에 현실이다. 이런 가상인 동시에 현실인 공간에 우리는 들어가 몰입하기도 감각하기도 한다. 이런 데도 작품이 가상현실이 아닐 수 있을까. 꼭 디지털이 아니어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혼합현실에 녹아들어 살아가고 있다.
가상현실은 여러 형태로 분리가 가능한데, 1994년에 토론토 대학의 폴 밀그램(Paul Milgram)의 가상현실 스펙트럼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가상 세계, 가상 시뮬레이션, 증강현실, 실제’가 전부 혼합현실이 된다.
그래프를 보면 가상현실 스펙트럼을 이야기하는데 그래프에 가상현실이 없다. 왜일까? 어떻게 보면 가상현실의 또 다른 형태가 증강현실이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큰 차이가 없는데 지금은 가상현실. 즉, 증강현실이 어떻게 구현 가능하게 되었을지. 세 가지 예시로 제시해보겠다. 첫 번째, 현실세계 내에 가상 객체를 융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정보를 보여줄 수 있다. 두 번째, 공간에 없는 가구를 배치할 수 있다.(가구 회사, 인테리어 회사, 건설회사에서 많은 형태의 미리보기를 제공하듯이) 세 번째, 존재하지 않는 가상 세계를 융합할 수 있다. (정말 쉬운 예시로는 게임을 생각하면 된다.) 혼합현실에서는 가상 객체의 움직임이 현실에도 적용된다.
증강현실(가상현실) 프로세스를 이야기해 보자면 “내가 있는 공간 내에서 실시간으로 직-간접적으로 공간과 물체를 조작한다. -> 조작된 결과가 가상 물체에 영향을 준다.-> 컴퓨터가 생성한 감각적인 것을 나에게 제공한다.” = 이 과정을 혼합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혼합현실로 확장되었다면 무언가 크게 바뀌었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30~40년 전과 지금 생각하는 가상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임라인을 읊어보면, 30년 전에는 가상현실이 미래 기술의 핵심이라 보고 많은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졌다. 20년 전에는 개발이 지속되지 못하고 암흑기라 불리는 어려운 시기였다. 최근은 다시 재조명받으며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상현실을 알아야 한다.
가상현실은 두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알면 좋을 것 같아 기재한다.
1. 광의의 가상현실: 모든 것을 포함한다.
2. 협의의 가상현실: 가상 객체로만 이루어진 몰입감 있는 세계.
가상현실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나눠 보면, 1990년대에는 여러 장치를 사용한다. 2000년대에는 현실 공간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술들이 개발된다.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확장 현실, 혼합현실로 확장된다. 여기에서 하나 더 짚고 넘어갈 것, 확장이 되었다고 하여 혼합현실을 확장 현실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가상과 현실은 상호작용한다. 어떤 차이점을 각각 가지고 있을까? ‘가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느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의’를 의미한다면, ‘현실’은 ‘실제 공간에 존재하는 것, 나에게 느껴지고 다른 것들과 공유되며 상호작용이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가상현실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 감각적 자극을 통해 경험될 수 있는 인공적인 환경을 뜻한다. 컴퓨터가 생성해 내는 감각적 자극은 체험자가 행하는 행동 자체가 가상 공간에 영향을 주며, 컴퓨터가 생성한 감각적 자극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말한다. 정리하면 “컴퓨터가 시뮬레이션하는 가상 세계가 있고”, “나의 행동이 그 가상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미친 결과가 나에게 감각적으로 제하는 것”을 가상현실로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가상현실의 기술이나 구현에 대해서 살펴볼 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1. “체험자가 사용자의 의도를 어떻게 입력을 받을까?”에 대한 입력 기술. 2. “그 다음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하고 잘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 3. 2에서 말한 부분에 대한 감각적 자극을 어떻게 잘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쉽게 말하면 시각, 청각, 촉각과 같은 반응으로 어떻게 잘 제공될 것인가.
더 진보적인 정의를 내린 사람은 이반 써더랜드(Ivan Sutherland)라고 생각한다. 그는 “가상현실은 궁극적인 디스플레이”라고 말했다. 가상현실에서 감각적 자극을 통해 우리는 공간을 느낄 수 있고, 그 공간 안에서 실제의 물체가 주는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은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가상세계와 관객이 케어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가상현실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커뮤니케이션은 영상, 소리, 글자라고 정의하기보다는 우리가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각적 자극인데 이 자극은 가상 세계에 대한 이해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커뮤니케이션에는 직접 소통과 간접 소통이 있는데, 직접 소통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간접 커뮤니케이션에 창작자들은 집중하곤 한다. 또한 창작자들은 여러 감각이 잘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전시장에 맞는 향을 제작하기도, 영화관에서 더 좋은 몰입을 위해서 향을 뿌리기도 물을 뿌리기도, 온도 차이를 주기도 하는 것이다.
가상현실 VR이 상용화되고 있는 요즈음을 ‘메타버스’라고 칭한다. 몇 년째 유행하고 있으며 우리와 더 가까워지고 있는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 기고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우리는 어떻게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상호작용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기며 이번 디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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