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윤리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사회 제도를 손질한 것은 단순한 내부 규정 정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로 형식적 투명성 강화에 머물렀다면, 이번 조치는 사외이사의 실제 행위 기준과 책임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KT처럼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이나 이사회 운영을 둘러싸고 외부 영향력 논란이 반복돼 온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 독립성은 단순한 경영 이슈가 아니라 기업 신뢰와 직결되는 핵심 과제로 꼽혀 왔다.
KT 이사회가 이번에 윤리강령에 새롭게 포함한 핵심 문구는 "사외이사는 회사의 인사·사업·투자 등과 관련해 공정성 또는 독립성을 저해하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표면적으로는 일반적인 윤리 원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외이사의 역할 범위를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기업 지배구조에서 사외이사는 경영진 견제와 감시 역할을 맡지만, 현실적으로는 특정 이해관계나 외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특히 기업의 인사나 투자 판단 과정에서 사외이사가 비공식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반대로 외부 이해관계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반영되는 구조는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는 대표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KT가 이를 윤리강령에 직접 명시했다는 것은 향후 이사회 운영 과정에서 독립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보다 중요하게 보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개편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부분은 '실효성 확보 장치'를 함께 넣었다는 점이다. 기존 국내 기업들의 윤리강령은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KT는 사외이사들이 반기마다 자가점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하고, 규정 위반 시 경고나 의결권 미행사 권고, 사직 권고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단순히 윤리 원칙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이사회 운영 과정에서 행동 기준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출석·심의 참여·의결권 미행사 권고' 같은 조항은 사외이사의 권한 행사 자체를 윤리성과 연계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훨씬 강한 내부 통제 장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외이사를 단순 명예직이 아니라 책임 있는 의사결정 주체로 재정의하려는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최근 국내 대기업 전반에서 강화되는 ESG와 지배구조 개선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과 글로벌 투자자들은 최근 몇 년간 기업 가치 평가에서 재무 성과뿐 아니라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 통제 수준을 핵심 요소로 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외이사의 전문성, 독립성, 이해상충 관리 여부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와 연기금 투자 판단에서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KT 입장에서도 지배구조 신뢰 회복은 단순 이미지 개선을 넘어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과제가 된 셈이다.
다만 이번 제도 개선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향후 운영 과정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윤리 규정 강화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이사회가 외부 압력이나 내부 이해관계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으로 작동하느냐다. 업계에서는 "규정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예외 없는 적용"이라며 "향후 CEO 선임이나 대규모 투자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판단하는지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결국 KT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규정 정비를 넘어, 과거 반복됐던 지배구조 논란에서 벗어나 '책임형 이사회' 체제로 이동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장에서 이 같은 원칙이 얼마나 일관되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이번 개편이 보여주기식 선언에 머물지 아니면 국내 기업 지배구조 개선 사례로 자리 잡을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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